[기획] 원전수출도 반도체 이어 美 `IRA 실패` 전철 밟나

정석준 2023. 4.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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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원자력발전 수출까지 제동을 걸로 나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사장 황주호)이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했으나 신고가 지난 1월에 반려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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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체코원전 입찰 신고 美 반려
소송중인 美 업체와 협력 강요
정부, 반려사실 두달 지나 공개
한수원 "차질 없다" 해명 급급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원자력발전 수출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사장 황주호)이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했으나 신고가 지난 1월에 반려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미 연방정부가 사실상 한수원에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강요한 것으로, 최악의 경우 원전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현재 원전 기술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소송 중이다.

특히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원전 협력까지 약속한 상황에서 불거진 것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반려 사실이 두달 반이 지나서야 뒤늦게 공개되는 등 정부가 뒷북대응으로 일관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초기 대응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수원은 작년 12월 23일 미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했다. 이는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미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미 연방 규정 때문이다.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에 따르면 체코는 미국이 원전 수출을 일반적으로 허가한 국가 중 하나로, 원전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관련 활동 개시 30일 이내에 에너지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따라서 미 에너지부가 한수원의 신고를 수리만 하면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 소송과 관련 없이 체코에 원전 수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 에너지부는 지난 1월 19일 한수원에 보낸 답신에서 "810절에 따른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US persons: 미국법인이라는 의미도 있음)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통제를 이행할 의무는 미국 기술을 미국 밖으로 가지고 나간 미국 기업에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인 한수원은 신고할 주체가 아니라는 의미로, 결국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고해야 받아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수원은 이와 관련, 지난 2월 웨스팅하우스에 관련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 의사를 전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5일 "이번 신고가 필수 사항은 아니고 원전 기술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이 제출해야 한다는 안내 정도 수준으로 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소송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통해 일을 마무리 하는 것이 다른 수주나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연방정부가 웨스팅하우스를 측면 지원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기업 간 문제라며 방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폴란드의 400억달러 규모 원전 건설 1단계 사업자도 우리와 경쟁했던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됐다. 이번 건은 향후 한수원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산업부는 아예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이 굉장히 중요한 사업으로 민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정부도 적극 대응 중"이라면서도 "소송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정부가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원전 수출 관련 정부 조직도 만들고 해외에 파견까지 하면서 이에 합당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간 약간의 현안이 있는데 그 현안을 해결해 가며 추진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완전히 부딪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협력하고 조화를 이뤄 역할을 분담하느냐 정도의 현안"이라며 "우리가 지금 어떤 식으로든 원전을 수출하는 데 특별한 장애는 없다"고 밝혔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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