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점유율 90%' 희토류 자석 무기삼아 … 美日 반도체규제 맞불
中수출규제기술목록 추가할듯
서방의 반도체 규제 보복 차원
전기차 모터·스마트폰·로봇등
산업 전분야에 영구자석 '필수'
자체 기술 보유못한 국가 타격
中, 아프리카 리튬채굴 본격화
탈탄소 전환 핵심광물 선점해
◆ 中 자원수출 통제 ◆
미국·일본 등이 중국 패권주의를 견제하며 반도체 장비 등 수출규제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에 대해 수출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풍력발전 모터 등에 핵심적인 부품인 만큼 탈탄소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패권 전략'으로 보이는데, 자칫 이를 미국·일본 등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나온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사회 공공이익을 이유로 '중국 수출규제·제한기술 목록' 개정안에 네오디뮴과 사마륨 코발트 자석 제조기술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에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네오디뮴 자석과 코발트 자석에서 중국 점유율은 각각 84%, 90% 이상이다. 일본 점유율은 15%와 10% 이하다. 자석은 모터의 주요 부품으로 항공기, 로봇, 휴대전화, 에어컨, 무기 등에 폭넓게 쓰인다.
모터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 수출을 금지하면, 관련 업체를 보유하지 못한 미국·유럽은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고 중국 의존도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부터 제련, 합금, 모터 제조까지 자국에서 모두 완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춘 유일한 나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은 공급망의 상류 격인 희토류 채굴에서만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하류인 자석 제조도 장악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모터 생산비용을 낮추면 일본 점유율이 낮아지고 중국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자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네덜란드 등이 보조를 맞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서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해 자국 점유율이 높거나 영향력이 큰 상품을 대응 방안으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 있어왔고, 모터 제조기술을 이런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다. 중국은 2010년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어선 출동 사고가 발생해 양국 관계가 나빠지자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전례도 있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10월부터 중국에 대한 첨단 컴퓨터용 반도체 수출금지, 고사양 반도체 생산장비 판매금지 등 두 가지 형태로 수출통제를 시행 중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중국 유입을 금지하는 반도체 제조장비는 △핀펫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또는 14㎚ 이하 비메모리칩)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생산 장비·기술로 규정했다. 미국 정부는 520억달러 규모 반도체지원법을 근거로 미국 본토 투자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국가 안보를 이유로 10년간 중국 첨단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도 설정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일본도 설득해 '중국 반도체 포위망'에 합류시켰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초순 반도체 기술 수출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정밀한 회로패턴을 그려내는 노광장치를 비롯해 첨단 반도체 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관리 규제 대상에 추가하고 이를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품목을 수출할 때는 경제산업상의 허가가 필요하게 되는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규제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4일 "일본이 고집스럽게 중·일 반도체 산업 협력을 인위적으로 저해한다면 우리는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해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일본 조치는 본질적으로 개별 중국에 위해를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또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손실을 입히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 등에 앞서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은 광물시장을 선점하고 리튬 등 채굴에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이 소유한 아프리카 최초의 리튬 농축 공장이 짐바브웨 아카디아에서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서방 기업이 투자에 주저하는 사이 중국 기업은 2년 전 이 광산을 4억2200만달러에 사들였는데, 이는 중국이 짐바브웨에서 성사시킨 대규모 리튬 광산 투자 사례 중 하나다.
중국은 리튬뿐만 아니라 탈탄소 전환에 중요한 코발트, 희토류 등 광물 채굴에서 우월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안보 특사인 아모스 호흐슈타인은 최근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광물자원에 대한 투자 전략을 계획 중이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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