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베이비파우더 J&J 11조원 배상할듯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발암 논란을 일으킨 자사 베이비파우더 제품의 제조물 책임에 대한 배상금으로 89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내겠다고 제안했다.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제조물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는 기록적인 액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J는 제품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를 다루기 위해 2021년 설립한 자회사 LTL매니지먼트LLC(LTL)의 파산 보호를 재신청하면서 이러한 배상 계획안을 승인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제안을 법원과 소송 당사자 다수가 받아들이면 약 3년간 이어져온 베이비파우더 제품 소송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이미 제기했거나 준비 중인 원고 약 7만명을 대리하는 법률회사 그룹은 이번 합의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894년 출시된 J&J의 베이비파우더(피부에 바르는 유아용 가루약)는 J&J의 가정 친화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적 제품이었다. 다만 2020년 5월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줄소송의 대상이 됐다. 제품 원료인 활석 성분에 포함됐을 수 있는 석면이 암을 유발했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논란이 일자 J&J는 2021년 활석과 관련한 배상 책임이 있는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 LTL을 설립한 후 곧바로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전국 각지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대신 파산법원 한 곳을 통해 법정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석면 소송을 당한 다른 회사도 사용한 방법이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파산 보호 신청으로 모든 소송이 중단된 상태에서 해당 기업은 미래 소송에 대한 배상요구액까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신탁기금을 마련해 피해자에게 법적 소송 대신 신탁기금을 통한 배상금 수령을 제안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피해자 측은 J&J가 골치 아픈 소송을 피하기 위한 꼼수, 사기 행각이라고 비판했다.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