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대국 印尼·배터리강국 韓 … 에너지 전환 최고의 파트너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4. 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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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50주년 레트노 마르수디 印尼 외교장관 인터뷰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난 11개월 동안 상대방 국가를 교차 방문해 정상 교류를 한 유일한 곳이 인도네시아다. 지난해 7월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먼저 서울을 찾았고, 뒤이어 윤 대통령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코위 대통령과 환담했다. 두 나라가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 내 안보 협력 등에서 점점 더 가까운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달 30일 서울을 찾은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이 조코위 대통령의 친서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친서에는 올해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 협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31일 마르수디 장관을 직접 만나 양국 관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과거 50년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50년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2017년 한국·인도네시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래 양국 관계는 더욱 강하고 상호 수혜 협력 관계로 발전해왔다. 앞으로 50년을 바라보며 양국 관계는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고, 양국 국민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인태전략을 발표했고, 아세안은 이미 2019년 인도네시아 주도로 인태전략(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을 내놨다. 한국과 아세안의 인태전략에서 어떻게 협력해 나가야 할까.

▷지난 50년간 아세안은 포용적인 역내 기반을 만들고 협력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방식은 아세안 지역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헤쳐나가고, 평화·안정·번영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오늘날 인도·태평양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런 접근 방식은 더 큰 중요성을 갖게 됐다. 인도네시아가 아세안의 AOIP 이행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OIP의 가장 큰 특징은 포용적 협력의 접근 방식이다. 한국이 인태전략을 통해 아세안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요 파트너로 발표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AOIP와 한국의 인태전략 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바란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다.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을 더욱 증진시키려면.

▷투자와 무역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우선 투자협력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의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경제 구조 변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한국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전날(3월 30일) 윤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인도네시아와 투자협력, 특히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와 인도네시아의 신수도 누산타라(Nusantara)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의지를 보여준 데 대해 크게 감사했다. 둘째로 교역 측면에서 보자면 양국의 양자 교역량은 지난해 245억달러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지난 1월 발효한 한국·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독려할 예정이다. 한국·인도네시아 CEPA를 통해 양국 모두 비즈니스 기회를 늘리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태지역에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는 양상인데, 인도네시아의 역내 안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인도네시아는 아세안과 함께 인태지역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의 지역이 되길 바란다. 인태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우리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 등 이 지역이 점점 핫스폿이 되어가면서 긴장이 높아지는 것은 불안 요소다. 어떤 나라들은 오커스, 쿼드(Quad)처럼 소다자그룹을 형성해 연대를 강화하고, 또 다른 나라들은 국방력 강화를 선택해 결국 역내에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군비를 늘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를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인도네시아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중국·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유지하면서 미국과도 군사적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지속가능한가.

▷인도네시아의 외교 정책은 '독립적이며 적극적(independent and active)'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 같은 외교 정책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면서 분단된 세계에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설계됐다. 인도네시아가 지난해 G20 의장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도 이런 독립적이며 적극적인 외교 정책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굉장히 힘든 순간에 우리가 의장국을 맡았지만 미국·중국·러시아가 모두 참석해 정상회의를 치를 수 있었다.

―니켈 매장량 1위의 인도네시아가 주변국들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형태의 니켈 카르텔을 형성하려 한다는 보도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열려 있다. 이는 원자재를 단순히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우리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는 경제를 원자재 수출 경제에서 다운스트림 산업(생산 이후 정제·판매 등 후방산업)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모든 나라는 자국민의 번영을 위해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개발하고 사용할 권리가 있다. 물론 우리 혼자서 이걸 할 수는 없다. 주변 협력국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한국 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나.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지켜봐왔다. 북한의 그릇된 행동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역내에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포함한 어떤 경우도 무력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한반도 안정을 위해 미사일 실험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긴장이 나타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다해서 북한을 억제해야 한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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