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투자 ISA에 꽂힌 청년들…2년간 1.6조 몰렸다

주식·ETF에 자유롭게 투자
증권사 ISA로 '머니 무브'
'예적금' 신탁형 제치고 1위
삼성證 "신규가입 42% 청년"
순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국민 자산 형성과 절세 혜택을 위해 도입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에서 2030세대가 중심이 돼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가고 있다. 2021년 초 투자자들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투자중개형 ISA가 출시된 후 2년 만에 2030세대 가입금액이 기존 신탁형·일임형을 누르고 시장점유율 선두에 올랐다.

투자중개형은 증권사에서, 신탁형은 은행에서 가입하며 일임형 비중은 높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투자 관심도가 높아진 청년층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30대가 증권사를 통해 투자중개형 ISA에 가입한 금액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중개형 ISA가 처음 시장에 선보인 2021년 2월에는 가입금액 21억원으로 출발했는데 2022년 2월에는 1조2757억원, 올해 2월에는 1조6658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신탁형)을 통한 ISA 월별 평균 가입자가 1만2498명인 데 반해 증권사(투자중개형)를 통한 가입자는 4만3028명에 달했다. 투자중개형 ISA 가입금액이 가장 많은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가입자 중 42%가 2030세대 청년층이라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 신탁형과 일임형 ISA에 가입한 금액은 투자중개형 ISA에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ISA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신탁형은 가입금액이 2021년 2월 1조3166억원에서 올해 2월 1조6648억원으로 늘었지만 투자중개형 ISA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일임형 ISA 가입금액은 20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ISA는 개인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유도해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절세 계좌다. 은행에서 가입 가능한 신탁형은 투자자가 종목·수량에 대해 운용지시를 하면 운용역이 이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일임형은 전문가에게 투자를 위임한다.

투자중개형은 편입 자산 중 대부분이 예·적금 등 저수익 자산에 치중된 신탁형이나 일임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21년 출시됐다. 증권사를 통해 가입이 가능하며 투자자가 자유롭게 주식·ETF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자산컨설팅부장은 "중개형 ISA는 국내 상장 주식이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자가 직접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ISA는 연 2000만원, 최대 5년간 1억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ISA의 가장 큰 특징은 세제 혜택인데, 순소득 200만원까지 비과세가 유지된다. 기존에는 배당수익이 발생하면 15.4%의 배당·이자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ISA 계좌 내에서 투자하면 200만원 한도까지 세금을 떼지 않는다. 비과세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도 9.9%의 분리과세를 적용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윤경 삼성증권 디지털영업추진팀장은 "기업 실적 감소로 절대적인 배당수익이 줄어들자 실질수익을 높이는 데 관심이 커졌다"며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논란을 보고 2030세대가 절세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면서 투자중개형 ISA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법 개정으로 2021년부터 ISA 가입 자격이 기존 '소득이 있는 자'에서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로 완화된 점도 청년층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2월 말 전 연령대 기준으로 신탁형 ISA에서 편입자산 규모가 가장 큰 건 예·적금으로 10조7545억원에 달했다. 투자중개형 ISA는 주식과 ETF 금액 규모가 각각 3조2305억원, 1조18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조세특례법 개정으로 앞으로 투자중개형 ISA에서도 채권 편입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들은 '채권 개미' 모시기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다수 증권사는 국채·공사채·회사채·조건부자본증권 등 다양한 채권 상품을 장내·장외 시장에서 중개형 ISA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된 절세 계좌로 인당 1개만 개설할 수 있다. 19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으며 연간 2000만원 한도다. 일반형은 연간 수익 200만원까지, 서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다.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