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속 방치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결국 위헌 심판대로
여·야 “문제 있다” 합의해놓고
정쟁 벌이다 문제 조항 삭제 안해
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상 ‘고발인 이의신청 불가’ 조항이 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이의신청은 경찰의 불송치결정(수사 종결)에 불복하는 절차로, 이후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나면 검찰은 보완수사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당시 내부 고발 등 공익 관련 사건의 보완수사를 막을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245조의7 제1항’에 대해 12건의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을 접수 받아 7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4건은 각하됐고, 1건은 사전 심사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 조항에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에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고발인 역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수사권 제한을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수정됐다.
내부고발이나 공익사건 수사의 경우 피해자가 신원 노출을 꺼려 제3자가 고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무혐의 처리를 해도 사건 관계자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내부고발자, 조직적 범죄의 피해자, 어린이, 장애인, 성범죄 피해 여성 등과 관련된 사건들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신고에 나서기 어려워 시민단체가 주로 고발에 나서는 편이다. 김태일 참여연대 권력감시1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환경 관련 범죄 등 피해자가 너무 많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제3자인 단체들이 고발을 해왔는데 이제 경찰 수사에 문제가 생겨도 이의 제기를 못하게 되면 이런 공익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당 조항은 수정되지 않고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 9월 시행됐다. 당시 민주당의 법안 개정 시도에 반발하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법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하지 못한 결과다.
‘독소조항’ 왜 들어갔나?
검찰 수사권 제한을 두고 여야가 팽팽하게 갈등하던 중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제한하는 내용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4월22일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소집해 중재안을 내놓았을 때부터다. 박 의장은 당시 여야 의견을 종합해 중재안 4항에 ‘고소인의 이의를 제기한 사건(형소법 245조의 7(고소인등의 이의신청)) 등에 대해서도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고 제시했다. 박홍근·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여 합의문을 작성했다. 그러나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서 중재안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조항에 대해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야는 고발인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원래 조항으로 되돌려놓는 데 합의를 했다.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이렇게 수정된 안이 통과됐다.
합의안에서 ‘독소조항’을 빼고 법안이 통과되는 듯해 보였지만 국민의힘은 합의안 도출 이후부터 전국 고검장들의 일괄 사표 제출, 지지층 반발이라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합의안에 없는 내용을 법사위에 올렸다”며 법사위 전체회의 진행까지 막아섰고 ‘독주강행’하는 걸로 비춰지는 데 대한 불만을 갖던 민주당은 결국 합의안 도출 이후의 논의 내용을 무효화하고 “합의안대로 하겠다”며 합의안대로 문제의 조항을 살린 수정안을 올려 같은달 30일 법안을 처리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역시 해당 조항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저도 소위원회와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를 볼 때 왜 빠졌던 게 들어갔나 이상하게 생각은 했다”며 “(검수완박법이 헌법소원 등으로) 사건화가 되면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헌법소원 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9인 중 6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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