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특허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전문가 조사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하고 3위 이하로 떨어지진 않는다. 국부로 칭송받는 조지 워싱턴을 제치는 인기다. 무엇보다 연방 분열을 막았다. 링컨이 아니었다면 미국은 유럽처럼 여러 국가로 분리돼 있을지도 모른다. 노예제 폐지까지 겹쳐 결국 남북전쟁으로 치달았지만 승리해 피로 미국 분열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투철한 신념은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이라는 명언으로 남았다.
링컨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있다. 특허와 발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한 '특허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그 자신이 특허를 가졌다. 그는 한때 오하이오강을 오가는 배의 잡역부로 일했다. 배가 자주 모래톱에 걸려 움직이지 않자 이를 해결하는 기술로 특허(특허번호 6469호)를 받았다. 변호사 시절 특허 소송을 자주 다뤘고 특허법에 관심이 많았다. 수시로 발명 강의를 하며 산업은 발명자를 특허로 보호하는 데서 육성된다는 점을 일찍 간파했다. "특허 제도는 천재의 불꽃에 보상이라는 기름을 붓는다"는 그의 명언이 말해준다. 창조적인 생각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특허로 보호해 부와 명예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워싱턴DC 국립초상화박물관(NPG) 입구에 새겨져 있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발명과 특허에 관심이 많았다.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피뢰침, 난로, 복초점 렌즈를 발명했다. 미국 헌법(1조8항)은 유례없이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특허에 관한 국가적 관심과 링컨의 지원은 자영업자와 발명가들의 특허 경쟁으로 이어져 미국은 비로소 대성장 시대로 돌입한다. 1865년부터 5년간 60만종의 특허로 같은 시기 유럽 전역의 특허를 초과했다. 이를 전후해 철강 카네기, 석유 록펠러, 철도 밴더빌트, 전구 에디슨, 광산 구겐하임 등 산업왕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미국이 19세기 말 유럽을 제치고 세계 1위 산업 강국으로 부상한 데에 '특허 대통령' 링컨의 기여는 실로 지대하다. 한 나라 대통령의 무게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가 출범 초기부터 눈에 띈다. 법인세 인하와 각종 기업 규제 해제를 예고하고 국무회의에선 반도체 특강도 마련했다. 급기야 "정부가 바로 기업"이라는 모토로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했다. 기업 성장의 원천은 기술과 이를 보호하는 특허다.
새 정부 들어 특허정책의 위상이 떨어질까 염려된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국무총리 직속으로 전환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격상해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오랜 요청도 진도를 못 내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백신 특허의 중요성을 목도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첨단 과학기술 시대는 다름 아닌 특허전쟁 시대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기업과 산업 육성을 외쳐도 특허 제도와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의 절실한 요구를 귀담아듣길 바란다. 특허를 기반으로 미국의 대성장 시대를 연 링컨을 참고하길 바란다.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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