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진료·검사까지…초고령사회 맞춤 재택건강관리 의료기기 주목
(지디넷코리아=김양균 기자)예방 중심의 건강관리를 위한 고도화된 기술이 융합된 의료기기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분야가 당면한 주요 문제로 고령화와 건강행태의 악화로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오는 2050년 국민 의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5%~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이용량과 의료비의 급증은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해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중요성도 더 주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보통신(ICT) 기술의 발달은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를 한결 용이하게 만든다. 가령, 집에서 스마트TV로 의료진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는다면?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이 주거지에서 체수분을 측정해 부종 등 여부를 관리한다면 어떨까? 혈압과 같은 건강의 기본적인 생체신호에 대한 실시간 측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용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의료기기 제조사인 ‘인바디’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키메스(KIMES) 2023’에서 체수분측정기인 ‘BWA(Body Water Analyzer)’를 선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BWA는 전문가용 체수분측정기 ‘BWA2.0’과 가정용 체수분측정기 ‘BWA ON’으로 나뉜다. BWA는 의료 현장이나 가정에서 체수분 측정을 하는 의료기기다. 회사는 이를 통해 세포영양검사나 체액 균형 및 염증 확인, 비만 및 노화 평가, 근감소증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측정된 체수분 데이터는 수액 및 영양제, 기능의학검사 등의 맞춤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바디의 민들레 팀장은 “우리 몸의 60% 이상은 체수분이며, 내수분과 외수분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며 “질병이나 영양 부족 등의 이유로 비율이 깨지면 면역 저하 및 질병 유병률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림프부종이나 유방암 수술 이후 팔에 부종이 발생한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를 해야 한다. 신부전을 앓는 이들도 마찬가지. 이들도 BWA On으로 자신의 상태를 측정, 의료기관 내원 시 해당 데이터를 의료진에 제공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당뇨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부종 수치를 측정하고 이에 더해 근육량까지 측정하는 등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야 병원에서 그에 맞는 치료가 가능해진다. 인바디 측은 앞선 질환별 앱을 개발해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들레 팀장은 “체수분을 정확히 분석해서 문제가 될 소지들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관리가 가능해진다”며 “이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선제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도 진화한다
임진석 굿닥 대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현재처럼 모바일앱을 통해 제공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TV로 화상 진료를 받는 이른바 ‘호스피탈 홈케어’가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고, 더 나아가 홀로그램을 통한 원격 화상진료도 가능해지리란 것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NEO OLED TV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이를 통해 실시간 화상 진료가 제공될 수 있다. 방식은 간단하다. 굿닥 앱에 접속해 본인의 증상을 선택하고, 굿닥과 제휴한 의료진 가운데 매칭이 가능한 이를 선택하면 된다.
이후 환자정보를 등록해야 하는데, 현재 의료기관에서는 대면진료 시 환자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비대면 진료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을 통한 본인 인증으로 환자 본인의 신원이 확인된다. 이후 TV로 비대면 진료를 받고 나면, 진료내역에서 처방전을 확인하고, 의약품 조제가 필요할 시 굿닥과 제휴한 주거지 인근 약국을 선택하면 약을 배송 받게 되는 것이다.
더 미래에는 어떤 형식의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질까. 굿닥은 홀로그램을 주목하고 있다. 홀로그램으로 보여지는 환자의 상태는 좀 더 입체적이어서 의료진은 보다 상세하게 환자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 환자 영상정보(의료영상정보시스템, PACS) 등까지 적용되면 장기 손상부위까지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경증 위주의 진료에서 중증 이상의 비대면 진료까지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임진석 대표는 “단순 문진을 넘어 환자의 수술 후 상태와 질환의 진행 상태 확인 등 중증 질환진료와 돌봄을 환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정용 자동혈압계도 점점 더 세분화되고 고성능화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인 코르트는 ‘코로트코프(Korotkoff)음’을 통해 혈압을 측정하는 자동혈압계를 개발하고 있다.
코르트코프음은 상완에 압력을 가하면 혈액이 흐르지 않고, 압력을 서서히 줄이면 혈액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특정 음향이 발생된다. 이것이 코로트코프음이다. 처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최고혈압이고, 마지막으로 들리는 소리가 최저혈압이다. 의료진은 바로 이 소리를 청진기로 들어 혈압을 측정한다.
해당 기기는 코르트 청진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혈압 측정 소리를 들려주고 혈압 데이터를 그래프로 구현하는 성능을 장착하고 있다. 불규칙 맥박과 심방세동 감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측정 혈압의 정확도를 높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렇듯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제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 및 출시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집은 단지 주거만을 위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집은 병원이자 검사센터가 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미래의료는 정말로 곧 도래할지 모른다.
김양균 기자(ange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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