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K원전 또 태클 … 이번엔 체코수출 제동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4. 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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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입찰 신고서 반려하며
美웨스팅하우스와 협력 압박
한수원 "미국 허가 필요 없어
체코 원전수출 차질 없을 것"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자력발전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가운데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수원이 제출한 체코 원전 입찰신고서를 반려하면서다. 한국형 원전의 독자 수출을 두고 원천 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벌이고 있는 소송전에 이어 또다시 한미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체코 원전 사업은 물론 향후 원전 수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23일 미 에너지부에 체코 남동부 두코바니 지역에 1200㎿ 이하급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했다. 미국 기술이 포함된 원전 기술 등을 제3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에너지부는 지난 1월 19일 한수원에 보낸 답신에서 "810절에 따른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미국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의 수출 통제를 이행할 의무는 미국 기술을 미국 밖으로 가지고 나간 미국 기업에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인 한수원은 신고할 주체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결국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고해야 받아주겠다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한국 원전 기술은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적 독립을 달성해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며 "다만 한미 관계를 고려해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미 에너지부의 신고 반려 조치에 대해서도 "에너지부가 '미국 수출 통제 규정에 따른 절차는 미국 기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한수원에 제시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한수원에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강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체코는 일반허가대상국으로 사후 보고만 필요해 한수원의 원전 수출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이 현재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가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 'APR1400'에 대해 자사 기술을 사용했다며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은 "한수원이 미 에너지부에 직접 신고할 수 있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다"면서도 "양사 간 소송에서 제기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에너지부의 요청을 수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 자체가 양사 간 소송에서 한수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주 경쟁 초기 단계에서 한미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면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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