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으면 도로·병원도 필요없어…저출산 해결이 제일 중요” [저출산 0.7의 경고-일본편①]
한국 정부 관계자에 쓴소리 “왜 해결 안 했냐”
나기 마을, 파격 정책보다는 '일관성' 유지
‘기적의 마을’ 나기초 비법 뭔가 보니
① 인구 정책 1순위 두기 ② 정책 일관성
③ 육아 복지 → 노인 복지로 확대
[헤럴드경제(오카야마현)=김빛나·신혜원 기자]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말했습니다. ‘주민이 없는데 주택이 필요할까요? 상업시설은요? 수도시설·도로·가게 다 필요 없어요. 다른 비용들을 조금씩 줄여서라도 아이들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라고요.”
11년 동안 나기마을(奈義町·나기초)에서 정책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모리야스 에이지 씨 . 그는 지난달 정책자문하러 마을을 방문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저출산정책을 1순위로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기마을은 2.95의 기록적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기마을은 일찌감치 인구정책의 중요성을 알고 대비한 지역이다. 전체 인구가 5765명인 나기마을에 사람 1명의 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2002년 마을주민이 다른 지역과 합병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인구 중요성은 더 커졌다. 모리야스 씨는 “사람들이 마을에 남게 하고, 출산으로 인구가 늘도록 정책을 시작했다”며 “본격적으로 저출산정책을 시작했던 2005년 합계출산율은 1.41로, 낮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기마을은 정책을 갈아엎거나 중단하지 않았다. 모리야스 씨는 “각종 정책을 내도 아이를 낳지 않았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10년이 흐른 2014년부터 2명대로 올라섰다”며 “10년 넘게 다가가야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저출산정책이다. 매우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모리야스 씨는 저출산정책이 성공하려면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산에는 특효약이 없다. 한꺼번에 무언가를 하지 말고 천천히 지속해야 한다”며 “젊은 층이 육아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절대 안 오른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정책을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육아정책을 늘려도 다른 복지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을 뜻한다. 나기마을은 육아 지원과 동시에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노인복지 지원에도 신경 쓴다. 모리야스 씨는 “아이들을 위한 지원과 고령자 복지를 동일선상에 뒀다. 노인, 아이 모두에게 의료비를 지원한다. 노인이 있는 곳에 아이들도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나기마을에는 노인과 아이들이 함께 혜택을 보는 제도가 많다. 일자리를 알선하는 ‘시고토엔 편의점’ 제도는 노인, 경력단절 여성이 이용한다. 나기마을에서는 노인과 아기 모두 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모리야스 씨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많거나 아이를 키우기 좋아서 거주하는 게 아니다. 어린이, 성인, 노인 모두가 살기 좋아서 나기마을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모두 저출산정책을 국가 최우선과제로 놓아야 한다고 했다. 모리야스 씨는 “일본과 한국 모두 민족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로, 민족의식이 강한 나라”라며 “그렇다면 국내에서 아기를 많이 낳도록 할 수밖에 없지 않냐. 젊은 사람들이 아기를 낳지 않으면 양국은 소멸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서도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미래가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좀더 일찍 ‘0명대 출산율’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뉴스를 통해 한국의 높은 교육비, 주택 구입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출산율을 올리기 매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기관의 협력도 주문했다. 모리야스 씨는 신문사를 예로 들며 인구 문제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는 “인구가 5000만명에서 2000만명으로 감소하면 신문사도 구독자가 줄어 재정이 어려워지지 않겠냐”며 “인구 문제는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있는 곳에 자본이 모이지 않냐. 온 나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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