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멸종 위기 단계’ 日 인구전문가의 충격 경고 [저출산 0.7의 경고-일본편①]
“원인·해법 엇박자에 정부 대책 실효성 떨어져”
“저출산 원인, 혼인율 자체가 낮아진 데 있어”
“여성이 출산해도 경력단절 안 되도록 해야”
[헤럴드경제(도쿄)=김빛나·신혜원 기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5년 전부터 1명을 밑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인구 회복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고 멸종위기 단계로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달 13일 헤럴드경제가 일본 도쿄 지요다구 닛세이기초연구소에서 만난 아마노 가나코 인구동향 시니어 연구원은 한국의 인구 문제에 대해 ‘멸종’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한 데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일본 내각부 저출산대책검토회 위원을 지낸 아마노 연구원은 저출산대책, 도쿄 일극(一極) 집중 등 여러 인구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런 그가 “한국도, 일본도 아랍처럼 자원이 나오는 상황이 아닌데 이렇게 인구가 줄어드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7명으로, 한국보다 높다. 그러나 같은 해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이 30%에 육박하고, 출생아 수가 80만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일본 정부 또한 저출산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연초 ‘차원이 다른 저출산대책’을 내걸고, 정부가 최근 이에 대한 초안을 발표한 이유다.
아마노 연구원은 이전까지 일본 저출산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 건 원인과 해법 간 엇박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일본 부부들의 자녀 출산비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저출산 원인의 90%는 미혼이기 때문”이라며 “결혼비율 자체가 줄어들어 출산율이 낮아진 상황이지만 정책적으로 양육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의 원인은 혼인율 감소인데 정부 대책의 초점은 아동수당을 비롯한 출산·양육 분야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꼽은 혼인율 감소 현상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아마노 연구원은 ‘남녀 임금 격차’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여성의 취업이 남성보다 어려워지고, 상대적으로 이러한 격차가 덜한 도쿄로의 여성 인구 유입이 많아진다”며 “또 최근에는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원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 그런 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도쿄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다. 이런 경우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으로 결혼 적령기에 혼인을 하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낮은 출산율 역시 남녀 임금 격차로 인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아마노 연구원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31.1%)가 가장 큰 나라”라며 “남성이 여성보다 30% 이상 급여가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아마노 연구원은 이러한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혼인율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와 일을 지속하는 경우의 총 생애수입 격차가 1억3000만엔(우리 돈 약 13억원)인데 차이가 크다 보니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정책의 포인트는 여성이 출산을 해도 경력단절이 안 되게 하는 것”이라며 “여성이 출산을 해도 자신의 커리어에 지장이 없다고 느껴야 출산이 장려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마노 연구원은 파격적인 현금성 지원은 출산율 제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결혼지원금을 기존 10만엔(약 100만원)에서 100만엔(약 1000만원)으로 올린다고 해도 아이를 낳은 후의 경력단절 여부에 따른 총 생애수입 차이와 비교할 때 전혀 영향을 못 미칠 만한 수준”이라며 “일본에서는 아이를 3명 낳으면 1000만엔(약 1억원)을 주자는 의견도 나오곤 하는데 고리타분한 해결방안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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