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공동 사업’ 아이디어 도용…스타트업 속수무책

홍화경 2023. 4. 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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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카카오 계열사가 휴대전화로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서비스가 한 스타트업이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내용과 비슷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기업과의 공동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는 스타트업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이른바 짝퉁이라고 불리는 '가짜'들.

진짜를 모방한 판박이지만, 진짜가 아닙니다.

원작자의 독창성은 고유하기 때문이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헬스케어'가 건강 관리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몸에 붙이는 연속 측정기를 이용한 혈당 관리와, AI를 활용한 음식 기록, 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됐습니다.

[황희/카카오헬스케어 대표 : "'IoT 센서' 기술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받아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비전 AI'를 통해서 음식물을 탐지하거나, 커뮤니티 채널에서 서로 간에 대화를 주고 받고…."]

발표를 들은 한 스타트업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들이 7년 전부터 발전시켜온 건강 관리 플랫폼과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연속 혈당 측정, 식단과 건강 데이터 관리, 커뮤니티 등 주요 구성이 똑같다는 것입니다.

[송제윤/닥터다이어리 대표 : "많은 분께서 그 (카카오) 기자간담회를 보고 저한테 연락을 주셨습니다. 검토해본 결과 정말 저희 사업 모델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카카오의 계열사가 이 스타트업과 처음 접촉한 건 3년 전입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제안해오면서 기업설명회가 열렸고요.

이듬해인 2021년엔 또 다른 계열사인 '카카오브레인'이 공동 사업을 제안해 기밀 유지 약정과 사업 협력 협약을 맺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서비스 핵심 내용을 모두 담은 사업 계획을 공유한 겁니다.

[송제윤/닥터다이어리 대표 : "4~5차례 이상 미팅을 통해서 저희 쪽에서 제안한 협업모델을 계속 공유했고, 당시 회사 소개와 자료를 계속 저희가 설명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2021년 11월 이후 협력은 더이상 진척이 없었고 이런 가운데 '카카오헬스케어'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따와 이번 서비스를 발표했다는 게 업체 주장입니다.

카카오 측은 이미 국내외에서 유사한 서비스들이 준비되고 있고, 출시하기도 전에 유사성을 미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또 카카오의 계열사들은 독립 경영을 하고 있어 사업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모방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한 가사도우미 중개플랫폼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자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중단했고요.

농협경제지주는 자신들의 공모전에서 입상한 목장관리 플랫폼과 유사한 앱을 출시했다가 법적 분쟁이 진행중입니다.

롯데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영양제 공급기를 개발한 스타트업과 투자 협의를 진행한 뒤, 이 스타트업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다른 업체에 제작하게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 간 정부가 파악한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피해 사례는 280건에 달합니다.

투자 유치나 공동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이디어 도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지만, 중소 벤처 기업의 90% 가량은 시간과 비용에 대한 우려때문에 소송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최성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 "분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지고,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인데 소중한 시간을 잃고 결국에는 사업도 실패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창작 활동입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도용되는 것을 막을 촘촘한 정비망 보호 대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영상출처:메디컬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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