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J, ‘사진집 밖으로 걸어 나온 사진’展 [전시리뷰]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지그시 바라본다. 사진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 장의 사진은 왜 이 사람이 이 피사체에 카메라를 갖다 댔는지, 그렇게 찍힌 사진이 현상과 인화, 인쇄, 출력에 이르기까지 어떤 여정에 몸담았는지 상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성남 아트스페이스J에서 진행 중인 ‘사진집 밖으로 걸어 나온 사진’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유명한 사진집의 표지에 실리거나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을 사진집과 나란히 배치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사진이 독립된 개체가 아닌, 책 속의 표지 사진으로 바뀌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본 사진과 표지로 재편집된 사진 사이에는 어떤 관계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을까.
10주년을 맞는 아트스페이스J는 오랜 기간 갤러리 차원에서 모아 왔던 소장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사진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사진전이나 사진집 출간기념회가 아닌, 사진과 사진집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메라로 찍어낸 사진을 액자 속의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어 선택한 용지나 기법에 따라 색감과 결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매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사진의 특성 차이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첫 번째 홀에서는 필름 현상에서 인화에 걸쳐 프린트까지 인위적인 개입을 없앤 스트레이트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들을 주로 접하게 된다. 처음 맞닥뜨리는 사진은 1985년 6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지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 소녀’다. 미국의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가 찍은 이 사진 속 소녀가 책 표지를 벗어나 액자 속에서 우리를 응시한다. 책이 발간될 당시 출판사의 편집 부서가 왜 이 사진을 골랐는지, 원본 사진이 책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홀에서는 동시대 한국 작가들이 찍어낸 사진의 매력을 찾아보는 시간을 만끽한다. 양성철 작가의 ‘좋은 깃발 별이 되어’가 동명의 사진집 속 표지로 안착한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표지로 쓰인 사진이 아니더라도, 사진집에 실려 있는 사진들 중 전시실 벽에 소환된 사진들도 있다. 오상조 작가의 ‘당산나무_전북 장수’가 그 예시다.
학예팀 측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들과 협의를 통해 사진에 더 잘 어울리는 프레임을 고르는 데에도 신중하게 접근한 만큼, 사진이 소속된 장소와 사진을 머금은 매체들에 따라 어떻게 감상이 달라지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또 전시를 보다가 마음에 들거나 흥미를 끄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이 실려 있는 사진집을 들고 홀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사진집을 감상해볼 수도 있다.
전시를 기획한 한혜원 큐레이터는 “사진 매체가 대중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사진집을 펼쳐보는 등 접촉과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번 기획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실 지 걱정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27일까지.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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