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이어 김만배까지···검찰과 벌이는 ‘보석’ 샅바싸움
대장동 개발수익 390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다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측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검찰은 김씨가 다각도로 증거를 인멸하고 주변인을 회유해왔다며 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5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보석심문을 진행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은 증거인멸 우려 사유 10개 중 9개는 (대장동) 배임이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에 관련된 것”이라며 “이 사건은 오직 범죄수익은닉과 증거인멸·은닉교사에 한정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혐의만 놓고 보면 객관적 증거가 이미 확보돼있어 김씨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게 김씨 측 주장이다. 김씨 변호인은 “구속 여부는 배임 등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고민해야 하고 이 재판부에서 붙잡아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배임 등)으로 구속된 후 지난해 11월 기간 만료로 석방됐으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석 달여 만에 다시 구속됐다.
반면 검찰은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며 김씨에게 보석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주요 증거인 휴대전화를 불태우도록 교사하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1억원을 주겠다며 허위진술을 하도록 회유하는 등 김씨가 물적·인적 증거를 다양하게 인멸해왔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김씨가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클럽’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병채씨 증언 연습을 시키고,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의 폭로를 막으려 퇴직금을 지급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는 이날 발언권을 얻어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관련한) 이한성씨와 최우향씨 행위는 직간접적으로 제 책임과 지휘 아래 있어 제게 책임을 묻는 것이 온당하다”며 “향후 재판에서 여러 의혹에 대해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뿐 아니라 대장동 의혹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보석 문제를 놓고 검찰과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오는 6월초, 김 전 부원장은 다음달 초 1심 최대 구속기간(6개월)이 만료되는데, 두 사람 모두 보석을 신청했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대거 바뀌는 법원 인사 시기가 겹친 탓에 기소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심리가 별로 진척되지 못한 상태이다.
검찰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보석을 강하게 반대한다. 재판이 늘어지고 심리 분위기가 바뀔 것도 걱정한다. 검찰 내부 인사로 수사팀 구성이 바뀌면 공소유지를 하는 데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심리와 선고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 재판에서 정 전 실장의 구속영장에 없었으나 기소할 때 혐의 사실에 포함된 1억원 뇌물 혐의 등에 대해 또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전 실장 측은 “(구속은) 양다리, 양팔을 묶어놓고 재판받도록 하는 것이고 수사기록이라는 감방에 갇혀있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법원에선 ‘불구속 재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심 선고를 6개월 내에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재판은 주 4회, 이명박씨 재판은 주 3회까지 열렸다. 그러나 이렇게 재판을 진행하면 ‘무기 대등의 원칙’(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대화를 나누며 기록을 검토하고 검찰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게 방어권 행사의 기본인데, 피고인이 구속되고 나면 접견 시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방어권 행사에 막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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