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흑서’ 권경애 변호사, 학폭 소송 맡아놓고 불출석해 의뢰인 패소

3달 새 3번 열린 항소심 재판 모두 불출석… 법원 ‘소송 취하’

이른바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기로 했으나, 재판장에 출석하지 않아 의뢰인이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김봉원·강성훈·권순민 부장판사)는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인 이모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작년 11월 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박양은 지난 2015년 학교폭력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듬해 모친 이씨는 학교법인, 가해 학생들의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권 변호사는 이 소송의 대리인을 맡았다.

1심 재판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부모 A씨가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작년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37명 중 4명에 대한 소송은 이씨가 도중에 취하했고, 33명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됐다.

이후 이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33명 중 19명에 대해 항소했다. A씨도 배상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작년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3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불출석했다. 결과적으로 이씨의 항소는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은 재판의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을 하지 않으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권 변호사는 불출석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이씨는 상고하지 않았고, 판결은 확정됐다. 결국 이씨는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씨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지난 3월 권 변호사에게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묻자 한참을 머뭇거리다 소송이 취하됐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되면 자기는 매장된다’며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했다”며 “정치만 떠들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불참’으로 말아먹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겼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한다”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