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아이 두고 밤 11시 귀가"…워킹맘 창업자의 눈물

이시은 2023. 4.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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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 살이었어요. 싱가포르에 간 첫날, 현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버스에서 온몸으로 울었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에 회사를 차렸다"는 그는 아이가 있는 여성 창업가와 스타트업 재직자에게 '버텨내는 힘'을 강조한다.

근무지가 싱가포르라 남편이 한국에 남고, 아이 없인 못 살 것 같아 두 돌이 안 된 딸과 비행기를 탔다.

'집에는 반드시 들어간다.' '주말에 일해야 하면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 함께한다.' 2017년 퇴사해선 렌딧, 스타일쉐어 등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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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 코코지 대표
배달앱 '요기요' 만든 뒤 연쇄 창업
캐릭터 기반 키즈 오디오 시장 도전장
16년차 '워킹맘', 일 원동력은 딸
"싱가포르식 육아 도우미 제도 필요"


“아이가 한 살이었어요. 싱가포르에 간 첫날, 현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버스에서 온몸으로 울었습니다.”

일과 육아의 양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기혼자 찾기도 어려운 스타트업 업계에선 특히나 그렇다. 16년 차 ‘워킹맘’ 박지희 코코지 대표(사진)는 좋은 엄마, 좋은 창업가가 되고 싶었다. 요기요 공동 창업자 출신인 그가 육아 관련 업체를 창업한 배경에도 2008년생 소중한 딸이 있다.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에 회사를 차렸다”는 그는 아이가 있는 여성 창업가와 스타트업 재직자에게 ‘버텨내는 힘’을 강조한다. 업계의 재택근무 활성화, 싱가포르식 육아 도우미 제도 도입을 말하는 이유도 워킹맘이 일과 가정,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박 대표의 본격적인 커리어는 2009년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디지털마케팅 총괄 업무를 담당하며 시작됐다. 근무지가 싱가포르라 남편이 한국에 남고, 아이 없인 못 살 것 같아 두 돌이 안 된 딸과 비행기를 탔다. 직장에선 남부러운 것 없었다. 웹에서 모바일로 마케팅 판이 바뀌던 시기, 페이스북 구글 등과 함께 일했다. 하지만 집에 오면 마음이 약해졌다. “딸이 잠들기 전에는 오려 했는데, 그래도 밤 11시였어요.” 업무는 다시 새벽부터 시작됐다. 함께 산 육아 도우미가 힘이 됐다. 싱가포르는 육아 도우미 임금을 국가가 협상한다. 현재도 월 50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싸다.

2012년 요기요 창업 제의에 응한 것은 더 이상 남편과 떨어져 지낼 수 없어서였다. 배달 앱 태동기에 사업을 시작해 시장 점유율을 3분의 1 확보했지만, 육아는 더 힘겨워졌다. 새벽에 집에 들어가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씻은 뒤 다시 출근해야 했다. 동료들은 전부 미혼이었다. 대형 프로젝트가 이어지자 원칙을 세웠다. ‘집에는 반드시 들어간다.’ ‘주말에 일해야 하면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 함께한다.’ 2017년 퇴사해선 렌딧, 스타일쉐어 등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임원을 지냈다. 그사이 아이는 초등학생이 됐다. 밤새워 프로젝트를 끝내더라도 학교 행사와 엄마들 모임만큼은 빠지지 않았다.

코코지는 2020년 창업했다. 일종의 교육용 오디오 플레이어를 제작하는데 형태가 독특하다. ‘뽀로로’ ‘로보카폴리’ 등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해 손가락만 한 인형과 집을 만드는 것이다. 3~6세 타깃으로, 목표는 아이들을 ‘스크린 타임(자녀가 휴대폰 화면을 보며 소비하는 시간)’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초등학생 딸은 “자신은 이미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농담하면서도 창업 아이템을 적극 지지했다. 청각 자극이 언어 발달에 좋다는 점을 앞세워 지난 2월까지 캐릭터 기기 약 13만8000개를 팔았다. 연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권 국가에 진출할 예정이다.

코코지는 전면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키즈 분야 업체다 보니 총원 50명 중 약 40%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기간 함께하며 밝아진 딸의 변화를 느껴 내린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도 스타트업 업계 재택근무는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차원에서 육아 도우미 비용 시스템을 개선해 부담을 줄일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동지’들에겐 “최대한 버티자”는 말을 전했다. “아이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정도로 어느새 훌쩍 커버리더라고요. 언젠가 바쁜 엄마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할 날이 올 겁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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