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길복순' 이후 액션 졸업...차기작 영화 검토 중" [인터뷰 종합]
[OSEN=유수연 기자]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 대한 이야기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주연 배우 전도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길복순’은 전도연이 중학생 딸을 키우는 킬러로 출연하는 액션스릴러로 영화 '불한당', '킹메이커'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설경구, 황정민, 이솜, 구교환 등 연기력을 앞세운 배우들이 총출동, 매력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해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특히 공개된 지 이틀 만인 2일 전세계 넷플릭스 영화 순위 3위에 올랐으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8개국에서 1위에 올랐으며 86개국에서 10위권에 안착했다.
이날 전도연은 ‘길복순’ 공개 후 뜨거운 반응에 대해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하면 관객수 등 때문에 다들 신경을 많이 쓰지 않나. 다만 넷플렉스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겼다. 순위, 조회수 등이 신경쓰여서 저도 집에서 계속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 BGM처럼 틀어놓고 있다"고 고백했다.
'길복순' 합류 계기에 대해 "저는 항상 젊은 감독님과 일을 많이 하고 싶었다. 제 팬이라는 감독님들을 만나면 ‘언젠가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로만 끝났는데, 그걸 시나리오로 완성시킨 건 변 감독님이 유일했다. 변 감독님의 전작들도 너무 잘봤다"고 밝혔다.
변성현 감독에 대해 "사실 시나리오를 쓰는 방식을 본 게 처음이었는데, (감독님을) 많이 믿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솔직히 밝히며 "엄마와 딸 이야기가 있다 보니, 감독님이 그 부분에 대해 잘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했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시나리오에 녹일지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복순이 캐릭터 이상한 거 같다’고 했다. 그러자 감독님이 ‘어? 선생님이 그러세요’라고 하더라. ‘내가 이렇구나?’ 하면서 신기했다. 저도 저를 관찰자 입장으로 보게 된거라 재미있었다”라고 웃었다.
또한 촬영장에서 변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작품 전 감독님의 작업 스타일을 들었는데, ‘난 배우를 가둬놓고 찍는다’고 하시더라. 설경구 씨도 저랑 연기 스타일이 비슷한 편인데, 초반엔 둘 다 힘들어 했다"라며 "예를 들어 앵글 상에서 동선이나 움직임을 여기서 이만큼만 해주세요, 얼굴 각도는 어떻게 해주세요, 하신다. 처음엔 엄청 답답했다. 이런 게 흥미로워서 (함께) 해보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첫 촬영을 하고나니 ‘이렇게 배우의 감정이 존중받지 못해도 되는 거냐’라고 싸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작업 방식이라 흥미롭기도 했고, 변 감독님의 연출 덕에 그 안에서 작게나마 저의 새로움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길복순에 등장하는 글로벌 청부 살인 회사 mk엔터는 킬러들 등급에 맞는 업무를 배정하고 있는 가운데, 길복순은 'A급 킬러'라는 설정이 등장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제 연예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전도연은 "비슷한 점이 많다. 저도, 설경구 씨도 그렇고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연예계에서) 나름 '탑'이지 않나"라고 웃으며 "그래서 감독님도 저에게 '최고의 포식자'라고 해주셨는데, 영화 쪽에서 이런 전도연의 모습을 '길복순'에서도 보여주고 싶어셨던 것 같다. 치열하지만 일을 즐기는, 저의 모습이 길복순에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액션 영화'인 만큼 액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액션 장면 촬영을 위해 전도연은 "몸을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식단 조절을 해봤다"라고 밝혔다. 그는 "술도 안 마시고, 액션 연습을 하면서 운동 병행까지 4개월 넘게 한 것 같다"라며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헬스트레이너 선생님은 '짧은 시간에 이 정도면 많이 생겼다'고 말해주시긴 했는데, 생각보다 근육이 빨리 생기지 않더라. 감독님도 몸을 만들어달라 하긴 하셨는데, 기대는 안 하셨는지 현장에서 제 몸을 보고 굉장히 만족스러워하셨다. 현재 등 근육은 남아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다만 '여성 액션'에 기대감을 품었던 일부 관객들은 '킬빌' 등과 같은 강렬한 액션이 담기지 않아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전도연은 "액션이라는 게 혼자가 아닌 호흡이 중요한 촬영이 아닌가. 촬영 전 연습할 때는 액션 배우들이 함께 합을 맞춰주는데, 촬영은 배우들과 하게 된다. 모두 숙련된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 서로 맞춰줘야 하고, 그러다 보니 다치지 않게, 위험하지 않게 촬영하기 위한 고민을 더 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킬빌'은 액션 영화이지 않나. 하지만 '길복순'은 킬러 액션보다는 엄마와 딸의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생각하기엔 복순이에게는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게 밸런스가 맞다고 생각해 (강도 낮은 액션 연출을) 선택한 것 같다. 액션 장면 촬영 역시 롱테이크로 이어가는 장면들이 많았다. 조금 덜 멋져 보여도 사실적이고, 인물의 감정이 담긴 장면을 보여주시고 싶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액션 장면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전도연은 "첫 액션 장면이 황정민 씨와 합을 맞추는 씬이었는데, 신났다기보다는 연습했던 것보다는 잘 나오지 않아 속상했다. 황정민 씨는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했지만 몸은 안 따라주는데 마음은 욕심이 나서 열심히 촬영했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360도 회전하는 장면을 촬영하다 다쳤는데, 경황이 없어 다친줄도 몰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 며칠만에 회복했다"라며 "찍을 때는 몰랐는데 영화 후반작업을 잘해주셔, 결과물을 보며 '이만하면 내 마음에 들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되게 잘하는 것처럼 보여졌다"고 웃었다.
특히 그는 스핀오프 가능성에 대해 "안할 것 같다"라고 선을 그으며 "이제 액션 영화는 졸업했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며) 정말 고생했다. 감독님도 액션을 처음 찍어보신건데, '배우들이 이렇게 고생하는건가?'라는 걸 느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다시는 안하실거라고 한다”라며 액션 촬영 대한 고충을 전했다.
전도연은 '길복순'을 통해 설경구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가운데, 극중 캐릭터인 차민규(설경구 분)와 길복순(전도연 분)의 묘한 러브라인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차민규와 복순이의 멜로 이야기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길복순에서의 로맨스는 사실상 설경구 씨가 모두 만들어 낸 것 같다"라며 "차민규와의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저도 제가 눈물이 날줄은 몰랐는데, 첫 시사회 보고 나서 울었다. 이들에게 이런 사랑이 있었구나,를 그때 보았다"고 전했다.
특별출연으로 '길복순' 오프닝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 황정민 배우도 언급했다. 그는 "극 중 인물이 일본인이지 않나. 그래서 원래 감독님은 일본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심할 때여서 상황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럼 누가할 수 있을까, 했을때 저는 황정민 씨가 이상하게 많이 떠오르더라"라며 "일본어도, 액션도 해야 해서 선뜻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황정민 씨가 대본을 안 보고 '오케이' 하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게 특별출연이 맞나?’하셨을 것 같지만, 너무 잘해주셨다. 촬영 당시 너무 춥고 상황도 열악했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를 그렇게 준비해온 게 신기했다. 또 황정민 씨와 저를 오랜만에 한 화면에서 보는 거다 보니 저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이연 배우와도 다시 한번 만나게 됐다. 전도연은 "'길복순'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성격이 엄청 좋았다. 촬영도 너무 잘했고, 친밀감도 강하고 밝은 친구더라. 이후 ‘일타스캔들’을 촬영하게 된 것"이라며 "'일타'에서 제 아역으로 20대의 젊은 친구가 나와야 하는데, 감독님이 계속 오디션을 봤는데 배우가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저한테 하라고 하는데, 시청자가 보시기에도 힘들 것 같고, 연기하기에도 너무 힘들거 같더라. 그래서 제가 이연 배우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전도연의 '길복순'은 최근 종영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일타스캔들’ 이후 빠른 복귀였다. 이와 관련해 전도연은 "원래는 길복순이 5월에 오픈이었다. 그런데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공개 시기가 앞으로 당겨졌다. 사실 '일타 스캔들'도 그렇게 잘될지 몰랐었기 때문에, 그 여운을 느낄 여유도 없이 돌아오게 됐다. 조금 더 '일타'의 여운을 느끼고 싶긴했다”고 고백했다.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Berlinale Special)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일찌감치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길복순'. 특히 해외에서는 '밀양'에서 보였던 전도연의 연기 변신에 놀라운 반응이 자자했다. 외부의 달라진 시선에 대해 "저로서 ‘길복순’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와 반응에 대해 쾌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액션과 킬러의 모습을 전도연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쾌감이 컸다. 또한 베를린에서도 ‘밀양’ 등 사실적인 연기를 하다 ‘이런 것도 할수있어?’라고 반응을 해주셨는데, 뿌듯함을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얘기했는데, 진짜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밀양’으로 상을 받은 후 많은 분들이 제가 많은 작품을 누릴 거라 생각했고, 스스로도 그랬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가 진지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쭉 할 거라고 생각하셨나보다. 그래서 (감독님들이) ‘이걸 전도연이 하겠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다. 그 이후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계속 많은 작품을 하고 싶은데, 이걸 누군가가 깨주기도 원하지만, 스스로도 깨야 하지 않겠나. (이제는) ‘일타’에서의 전도연도 보고, ‘길복순’에서의 전도연을 보고 배우로서 저를 생각하는 폭이 넓어졌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열일' 행보로 팬층이 넓어진 것을 실감하냐는 질문에는 “딸이 친구들의 사인을 그렇게 받아 가더라”라고 웃으며 “제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딸도 시청한 작품이 많지가 않다. 영화 ‘생일’은 힘들어서 못보겠다고 했다"라며 "‘일타 스캔들’은 어린 친구들도 편히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딸의 친구들이 ‘팬이라고 전해달라’라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배우 '전도연'을 향한 기대 어린 시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기대를 안 하는 것보단 하는게 좋고, 받고 싶다. 이 일을 한다면 기대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작품을 찍는데 거기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저도 배우 생활을 오래 했는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건 배우가 꿈이어서, 꿈을 좇아서 긴 시간을 보낸 게 아니었어 서다. 이 일을 사랑하고 받아들이기 된 시점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거보단 짧다. 그래서 ‘내가 오래됐구나’,보다는 ‘내가 이제 뭘 하지?’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작품들이 저에게 들어올지 궁금하고 더 기대된다"라며 "현재 막 들어온 영화 시나리오가 있다. 오래전부터 있던 이야기인데, 차기작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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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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