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이어 조수진도 '밥 한 공기' 논란…與지도부, 잇따라 실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실언이 여당의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최근 잇따라 실언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조수진 최고위원도 쌀 소비 촉진 방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제시하며 빈축을 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수습에 나섰지만 근본적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1호 특별위원회인 '민생119'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최고위원은 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남아도는 쌀 소비를 증진시킬 방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며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 다른 식품과 비교해 (쌀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아, 이런 걸 적극 알리는 국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쌀 소비 확대 방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거론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가 추세적으로 줄어드는 것에 대한 효과적 대책이 아닐뿐더러 '쌀 의무매입법(양곡관리법)' 문제를 희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실망스러운 것은 야당도 아닌 여당 정치인들 스스로 밥을 많이 먹거나 버리는 것이 대안이라며 양곡법 이슈를 희화화하는 것"이라며 "밥을 많이 먹거나 버리자는 여당 정치인에게 묻는다. 정치가 그렇게 가볍나"라고 적었다. 윤 전 의원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양곡법 이슈는 농업의 미래가 달렸을 뿐 아니라 쇠퇴하는 산업들을 어떻게 질서 있게 감축하면서 미래에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생산적 정치를 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조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희화화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밥 한 공기 비우기)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냐"라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본인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민생119가) 지금 활동을 시작했는데 뭐가 희화화됐나.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 지도부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항상 참석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었으나 4.3을 '격이 낮다'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12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게재에 대해 "불가능하다.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라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미국의 한 보수단체가 주관한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우파 진영은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말해 당 안팎에서 빈축을 산 바 있다.
연이은 논란에 김 최고위원은 전날 "당분간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최고위원이 국경일과 기념일의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지적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며 "저는 당 대표로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실언 논란이 반복될 경우 총선을 앞두고 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일본과의 정상회담 문제 같은 것은 사실 어떤 이슈(중 하나)라 시간이 지나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이슈가 나올 때마다 정국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최근 (실언 논란 등) 국민들에게 밑바닥을 보여주는 일들이 너무 많다"며 "그들의 실력, 인성, 세계관, 철학, 정책의 출발점, 준비 안 된 아마추어리즘 같은 면들이 (보이면) 그런 부분들이 (국민들에게)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습 불가다' 이런 얘기는 아니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이 정말 안 좋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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