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 공무원들 벚꽃 분장한 이유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
대전 동구 대청호 인근에 이런 문구의 플래카드가 붙었다. 아직 벚꽃축제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벚꽃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청장을 비롯한 일부 공무원들은 벚꽃 모양의 머리띠를 쓰고 직접 길거리 홍보에 나서기까지 했다.
5일 대전 동구청에 따르면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대청호 벚꽃축제’가 열린다. 다만 올해 대청호 벚꽃축제는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기온으로 벚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벌써 벚꽃이 지고 있고, 설상가상 이날 내린 봄비에 꽃잎이 무수히 떨어진 상태라서다. 이에 동구청은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벚꽃축제 홍보에 나섰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 캐치프레이즈는 ‘중요한 건 꺾였지만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온 유행어대로라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 맞지만, 최근 코미디언 박명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중꺾마’를 비틀어 재해석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게 맞는 말이다. 꺾였는데도 끝까지 해내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동구청 공무원들은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뿐 아니라, 벚꽃 모양의 머리띠를 쓰고 직접 길거리 홍보에 나섰다. 사진을 보면, 박희조 동구청장을 비롯한 일부 공무원들이 대청호 벚꽃축제 포스터를 든 채 서 있다. 머리 위에는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홍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대전 동구청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단독] 대전 동구, ‘벚꽃 엔딩’ 금지곡으로 지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여기에는 “전국 지자체 벚꽃축제 담당자가 눈물 바람으로 잠을 설치는 와중에 동구가 과연 축제까지 꺾이지 않는 벚꽃을 지켜낼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벚꽃이 다 져서 말 그대로 ‘벚꽃 엔딩’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사 형식을 차용해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전 동구청의 ‘유쾌한 홍보’에 네티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가 대전 재미없다고 했냐” “센스 넘치는 공무원들” “유쾌하고 귀엽다” 등이다.
이와 관련, 박 동구청장은 “매년 4월 개화하던 벚꽃이 예상보다 빨리 펴 벌써 많은 분들께서 대청호를 찾아주고 있다”며 “4년 만에 대면축제로 야심 차게 개최되는 대청호 벚꽃축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고, 설령 벚꽃이 다 떨어져도 우리 축제는 계속된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홍보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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