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도 시세보다 싼 분양권 쏟아져
입주잔금은 고금리 부담 커
전세가도 약세 "차라리 팔자"
2월 전매 건수 1월보다 28%↑
매물 늘면 하락폭 커질 수도
오는 7일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분양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고금리에 자금 사정이 악화된 수분양자들이 낮은 가격에 분양권을 내놓으면서 입주를 마친 인근 단지 시세보다 저렴해지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매제한 해제로 물량이 증가하면 분양권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7월 입주 예정인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 전용면적 59㎡ 분양권 호가가 최근 7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 단지는 2020년 8월 분양 당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전 이른바 '막차' 서울 분양 단지로 화제를 모으며 1순위 경쟁률 340대1을 기록한 바 있다.
실거주 의무가 없어 입주 이후 즉시 전매가 가능한데 같은 면적인 인근 단지보다 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다. 2021년 12월 완공된 인접 단지인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전용면적 59㎡ 최저 호가가 4000만원가량 높은 8억3000만원이다. 3개월 뒤 새 아파트를 얻게 되는 분양권이 입주를 마친 단지의 매매가격보다 더 저렴해진 것이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인근에 입주 물량이 많아진 영향"이라고 했다.
7월 입주 예정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 센트럴 아이파크자이'는 전용면적 59㎡ 분양권 호가가 5억2500만원인데 지난해 7월 입주한 인근 단지 '매교역 푸르지오SK뷰'는 같은 면적이 6억3000만원 수준이다. 단지 소재 한 중개업소 대표는 "푸르지오SK뷰가 역에서 더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건 매도자의 자금 사정이 나빠져 급매가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분양권 가격 하락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올해 입주 예정인 단지는 대부분 저금리가 유지되던 2~3년 전에 분양된 곳이다. 금리가 폭등하면서 원리금 규모가 분양 당시 예상보다 급등해 소득이 큰 폭으로 늘지 않는 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집단대출인 중도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지만 개인별로 전환되는 잔금대출은 DSR 40%가 적용되는 것 역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르려고 계획했던 수분양자들 역시 전세 가격이 급락하고 역전세난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실제로 분양권 전매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도 점점 늘고 있는데 지난 2월(4345건)에는 1월 대비(3400건) 약 28% 증가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분양권 거래 중 34%는 분양가보다 가격을 낮춘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신축 분양은 여전히 문턱이 높고 매매 거래는 급매가 소진되며 호가가 오른 상황에서 분양권 거래가 실수요자들에게 유용한 내 집 마련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오는 7일부터 전매제한이 완화되면 시장에 공급 물량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양권은 입주 시점이 다가올수록 수분양자가 압박을 받기 때문에 매수자가 우위에 서기 쉽다"며 "입주 물량이 몰린 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희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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