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이사장 해임 안건 놓고 내부 갈등 폭발

장슬기 기자 2023. 4.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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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청와대 소통센터장·호루라기 재단 이사 등 문제제기한 이사장 해임 안건 상정
비판기사 가리켜 "악의적 취재", 이사장이 취재 응하자 "조직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표현의 자유, 공익신고자 보호 등을 표방하는 시민단체 오픈넷이 내부 회계부정, 부적절한 조직운영 등을 문제제기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0일 황성기 당시 오픈넷 이사장(한양대 로스쿨 교수, 현 오픈넷 이사)을 해임했다. 오픈넷 사무국은 당시 이사장이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사장을 해임한 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디지털소통센터장을 지낸 강정수 오픈넷 이사를 새 이사장으로 세웠다.

이사회 회의 내용에 따르면 황성기 이사장 해임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 황 이사장을 언론 취재 제보자로 몰아세우며 해임 정당성을 주장하는 등 기존 오프넷 활동 방향에 비춰 부적절한 발언이 오갔다.

비판기사는 악의적 취재? 제보자 색출까지

황성기 이사장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대 로스쿨 교수, 미국 국적)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출장보고서 제출 거부, 박 교수가 몸 담고 있는 법무법인에 오픈넷 자금이 흘러간 문제, 미국 영리법인 뉴아메리카 산하 RDR(랭킹 디지털 라이트)에 오픈넷 소속 변호사가 참여해 카카오를 평가하는데 오픈넷이 카카오 후원을 받는 이해충돌 문제, 오픈넷 회계 부정 의혹 등에 대해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관련 내용을 취재하며 황 이사장에게 관련 입장을 묻자 황 이사장은 '문제를 확인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강정수·박경신 이사는 이를 근거로 황 이사장을 제보자로 규정하며 “조직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등의 표현을 하며 황 이사장을 해임했다. 박 이사는 “지금 오픈넷에 대한 악의적인 취재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사장이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감정적인 표현을 계속 썼다”며 “오픈넷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하루 빨리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오픈넷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날 이사회에서 황 이사장 해임 안건을 제안한 박 이사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단체인 호루라기재단 이사를 지낸 인사다. 최근 한 기자는 박 이사가 직원들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좋은 식당에서 밥을 사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 의원실 쪽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자 박 이사는 최근 오픈넷에 비판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어디서 제보받았는지 알려줄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의원실 측에서 어떤 매체에서 취재 중인지 공개하지 않자 박 이사는 최근 오픈넷 관련 기자를 쓴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제보자를 물은 것이다.

이사회 회의 내용을 보면 황 이사장이 MWC 출장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하자 박 이사는 “돈을 어떻게 썼고 어디가서 뭐 했고 이렇게(출장보고서를 제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출장보고서를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이사는 “직원들한테도 업무가 중요하지 내부 보고서 쓰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기조로 10년 동안 계속 (일)해왔다”며 “재정보고도 아주 약식으로 받는다”고 했다.

진상조사 거부하고 문제제기한 이사장 해임

황 이사장은 회의에서 오픈넷 총회에 보고한 회계자료와 국세청에 등록한 자료 간 차이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박 이사에게 해명과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최성진 이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회계자료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세부내역을 일일이 확인해본 건 아니고 (오픈넷) 사무국과 집행을 책임진 분을 신뢰하는 건데 우리가 외부회계감사 의무는 없고, 감사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사장이 아니라 이사 누구라고 한번 확인해보자고 하면 다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감사를 두는 게 의무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관에 따르면 감사 선임은 의무사항이다.

박 이사는 “엉터리 정보를 뿌려서 악의적인 기사가 나오도록 하기 위해”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박 이사는 “제출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오픈넷 사무국 전체가 하고 있다”며 “오픈넷을 공격하는데 동원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강 이사는 “진상조사도 안 된다”며 “지금 이사장만 (오픈넷에)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이사는 황 이사장을 언급하면서 “(제보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든다)”라며 “이거는 완전한 조직에 대한 해당 행위, 조직을 완전히 근간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이사장이 “함부로 그렇게 추정하느냐”고 항의했다. 언론 취재에 대응했다는 것을 이유로 제보자로 몰았고, 이사장이 거절했지만 해임 안건을 상정해 통과한 것이다.

윤나리 이사(부산대 로스쿨 교수, 판사 출신)가 “이사장 해임 근거 중 하나가 악의적인 언론 제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강 이사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이사장이 “제보가 아니라 취재와서 인터뷰를 한 것”이라고 하자 강 이사는 “취재를 했든 안 했든 횡령이 의심간다는 말은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했다. 황 이사장은 “횡령이란 말을 쓴 적 없다”고 했다. 강 이사는 황 이사장에게 “언론을 대하는 상식적인 태도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이사는 왜 그동안 출장보고서를 제출받지 않다가 이번에 출장보고서를 요구하는지 물었다. 이에 황 이사는 “순간적으로 각성한 것”이라며 “넷플릭스 후원을 받고 다녀왔으니 제대로 집행했는지 궁금해서 한번 내보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는 MWC 출장을 넷플릭스에서 2000만원을 받아서 다녀왔다.

▲ 넷플릭스 로고

유승희 이사(전 국회의원)는 “오픈넷이 넷플릭스 돈만 받는게 아니라 구글에서도 받고 여러군데서 받는다”며 “기업체에서 돈 받는 것을 부정하면 여기서 이사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업 후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출장보고서를 요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황 이사장이 “넷플릭스에서 받았든 뭐든 집행을 했는지 말해보라는 건데 안 내는 건 뭐 찔리는 것 있느냐”고 물었다. 윤 이사도 “6년 동안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내야되는지 좀 의아했다”고 했다.

RDR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이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 이사는 “그렇게 하면 이 단체 유지가 안 될 것 같다”며 “우리가 후원 받는 단체와 관련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후원을) 안 받는다면 유지가 안 된다”고 했다. 유 이사는 “그걸 안 받을 거면 우리가 다 펀드라이징 해야 한다”고 했고, 윤 이사는 “사실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햇다.

유승희 이사는 황 이사장 해임 관련 논의를 위해 회의실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황 이사장 해임에 조산구·최성진 이사는 반대했고, 강정수·박경신·박지환·유승희·윤나리 등 5명 이사는 해임을 찬성했다. 황 이사장의 임기는 4월말로 한달 가량 남았다. 최 이사는 “(해임 관련) 안건 상정에 반대한다”고 했고, 황 이사장은 “임기가 남아있는 이사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하는 건) 절차 위반, 정관 위반”이라며 “앞으로 모든 조치를 다 동원해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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