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잇따르는 실언과 일탈…고질병 되살아난 여당

최고위원회의 참석한 김재원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왼쪽)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4.3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여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실언과 일탈이 잇따르고 있다.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후에 한 달 남짓 기간, 국민의힘에서 나온 주요 뉴스라고는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언행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은 전대 직후 전광훈 목사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대해 "불가능하다. 반대한다"고 말했다. 5·18정신의 헌법 수록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공약한 것인데,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면 조상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라며 '선거용 립서비스'라고 한 것이다. 그는 곧이어 미국 한인 우파단체 강연회에 가서는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하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4·3 기념식 불참과 관련해 "3·1절과 광복절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의 공세를 비판하다가 나온 발언이라고 하나 제주의 상처를 고려하면 부적절한 비유였다.

4·3에 대한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전대 후보 시절 "4·3은 김일성 지시에서 비롯된 공산주의자들의 무장폭동"이라고 했던 태 의원은 지난 3일 기존 주장을 옹호하며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여당의 고질병인 권위주의적 발상과 웰빙 행태도 되살아난 느낌이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했던 이용 의원은 신평 변호사가 윤 대통령 부부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두고 "과도하게 10분의 3을 이루는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고 지적하자 "더 이상 '윤의 멘토' 신평발 창작물은 두고 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40대 초선 의원의 메시지로는 참신성이 떨어진다. 5일엔 조수진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데, (밥이) 다른 것보다 칼로리가 낮다는 걸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을지 몰라도 집단보다 자아를 중시하는 요즘 세상과는 거리가 먼 발상이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처신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관내에 산불이 났는데도 김진태 강원지사는 골프연습장을 가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술자리에 갔다. 나름의 사정이 있다지만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숙해야 한다.

여야 불문하고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으레 '환골탈태' '육참골단' 운운하며 국민에게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 가시적 조치로 혁신안을 꺼내 쇄신 시늉이라도 내지만, 그마저도 없는 게 지금의 여당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당원 동지들과 한 몸이 돼서 민생을 살려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지도부가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전대 후 각종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컨벤션효과'는커녕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대표가 단호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다면 총선 패배의 위기감만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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