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부정 채용' 정황이 확인됐다. 박찬대 의원은 과거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던 측근이 감옥에 가자 그를 도와준 지역구 사업가를 보좌관으로 채용했고, 이후 이 측근의 아내까지 비서관으로 채용했다. 지역구 사업가는 '보좌관 자리를 돈 주고 샀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남겼다. 국회의원 보좌 직원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급여는 모두 세금에서 지급된다.
인천 지역 사업가, 구속된 박찬대 의원 측근에 '금전 지원'
박찬대 의원은 지난 20·21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 갑에 출마해 내리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정계 진출 초기 위기를 맞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되자마자 '선거법 위반 의혹'이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박찬대 의원의 선거캠프를 압수수색했고, 2016년 5월 캠프 상황실장이자 박 의원의 측근이던 인천 지역 정치인 김 모 씨를 구속했다. 선거운동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금품을 주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였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만 선고받아도 의원직이 박탈된다. 만약 김 씨의 불법 선거운동에 박찬대 의원이 개입했다면 박 의원에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구속된 측근 김 씨는 박 의원과의 관련성을 줄곧 부인했고, 결국 혼자 구속 기소됐다.
2016년 6월 박찬대 의원의 측근인 김 씨가 구속 기소되자 인천에서 운수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A 씨가 등장했다. A 씨는 김 씨 가족을 위해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먼저 인천 연수구에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임대해 김 씨 아내를 위한 주거지로 제공했다. 오피스텔 보증금과 1년 월세, 관리비는 모두 A 씨가 회삿돈으로 지불했다. A 씨가 김 씨 측에 지원한 금전 내역이 담긴 일명 '정산서'에 따르면, 오피스텔 비용으로만 A 씨는 대략 2900만 원을 썼다.
A 씨는 김 씨 아내를 자신이 운영하는 운수회사에 취업시키기도 했다. 김 씨 아내의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에 따르면, 김 씨 아내는 A 씨 회사에서 2016년 7월 7일부터 12월 5일까지 5개월도 채 일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A 씨는 김 씨 아내에게 퇴직금을 챙겨줬다. A 씨 회사에서 김 씨 아내에게 건너간 돈은 모두 1200만 원 정도다.
2016년 9월 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박찬대 의원의 측근 김 씨가 집행유예로 출소했다. 김 씨도 A 씨의 회사에 취업했다. A 씨 회사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 씨는 출소 약 두 달 후인 2016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약 5개월 간 A 씨 회사의 대표를 지낸 걸로 나온다. 이 기간 김 씨는 A 씨 회사의 법인 카드와 차량 등을 자유롭게 이용했다고 한다. A 씨가 작성한 정산서에 따르면, 김 씨가 쓴 법인 카드 사용액은 약 880만 원이었다.
A 씨는 김 씨에게 출소 축하비 명목으로 현금 300만 원도 줬다. A 씨가 작성한 내용증명에 첨부된 '정산서'에는 김 씨의 발톱 수술비 188만 원도 대납했고, 제주도 여행 경비까지 챙겨준 걸로 나온다. 정산서에는 A 씨가 김 씨 측에 지원한 돈이 모두 약 1억 원에 달한다고 적혀 있다.
박찬대, 측근 도와준 사업가 A씨를 보좌관으로 채용
A 씨가 박찬대 의원의 측근 김 씨에게 금전 지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A 씨가 금전 지원을 시작한 것은 김 씨가 구속 기소된 2016년 6월부터다. 공교롭게도 A 씨는 그 직후 박찬대 의원실에 4급 보좌관으로 채용됐고, 2018년 10월까지 2년 넘게 일했다. 4급 보좌관은 국회의원 보좌 직원 8명 중 최고위직이다.
뉴스타파는 A 씨가 박찬대 의원실을 나온 직후인 2018년 11월 직접 작성한 내용증명을 확보했다. 이 내용증명은 A 씨가 박찬대 의원의 측근 김 씨에게 보낸 것이다. 제목은 '공직선거법 수감 중 지출금 변제 요청 및 4급 보좌관 자리 약속 실행'. 내용증명에는 "귀하(김 씨)는 공직선거법으로 구속 수감 중 귀댁 생활비 및 더불어민주당 연수갑 지역 사무실 운영비 및 운영을 부탁하며 4급 보좌관 자리를 약속했다"고 적혀 있다. '구치소 수감 중 면회 때'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고 나온다.
정리하면, A 씨는 박찬대 의원의 측근 김 씨에게 각종 금전 지원을 해준 대가로 보좌관 자리를 약속받았고, 실제로 보좌관이 됐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중간에 보좌관직을 그만두게 됐으니 돈을 돌려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돈을 주고 공무원직을 샀다는 뜻이다.
보좌진에 대한 채용 권한은 전적으로 국회의원에 있다. 마음대로 보좌진을 뽑고 자를 수 있다. 금전 지원에 대한 대가로 보좌관직을 약속한 건 김 씨지만, 박찬대 의원이 관여 혹은 용인이 없었다면 거래는 성사되기 어렵다. 박 의원이 보좌진 부정 채용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말단 8급, 9급 보좌진은 보좌관한테 알아서 뽑으라고 하고, 마지막에 확인만 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핵심 인력인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은 의원이 직접 뽑죠. 일일이 서류도 체크하고 면접도 보고요. 4급, 5급은 그 사람이 어떤지에 따라 의원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까요.
- 전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진
전문가들은 박찬대 의원의 인지 여부에 따라 알선수재,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김 씨와 A 씨는) 형사 처벌 대상인 알선수재죄에 해당할 수 있다. 보좌진 채용 권한은 국회의원이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이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느냐가 핵심 의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측근이 금전 지원을 받게 하고 그 대가로 보좌진으로 채용했다면 '(제3자 뇌물) 수뢰 후 부정처사죄'까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 뇌물죄는 대가를 약속만 해도 성립되는데, 직접 실행까지 한 수뢰 후 부정처사죄는 처벌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보좌관 채용과 금전 지원이 서로 대가관계가 있었다는 걸 박찬대 의원이 양해 내지 인식하고 있었느냐가 밝혀지면 제3자 뇌물죄도 성립할 수 있는 사안이다. 수사를 해봐야 파악되지 않을까 싶다. 직접 금전 지원과 채용은 지시하지 않았지만 양해만 하고 있어도 범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A 씨, "내용증명 내용은 과장...다만 박찬대 의원은 금전 지원 사실 알아"
지난 3월 14일, 뉴스타파는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사업가 A 씨를 만났다. A 씨는 김 씨에게 각종 금전 지원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형편이 어려운 김 씨를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2018년 11월 자신이 직접 작성한 내용증명과는 정반대 주장이었다. A 씨는 "내용증명 내용은 사실도 조금 있으니까 그걸 토대로 해서... 모든 걸(김 씨 측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다 감안해서 넣었다. 상당 부분 과장된 게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자신이 박찬대 의원실에 채용된 것은 측근 김 씨 측에 대한 금전 지원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좌관 채용 전 박찬대 의원이 금전 지원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김 씨에게 준 돈에 대해 "돌려받을 생각으로 준 건 아니었다"고 했다.
A 씨는 지금도 박찬대 의원의 강력한 지지자다. 지난해에는 박찬대 의원에게 개인 후원금으로 590만 원을 내 법적 상한선(500만 원)을 초과했고, 90만 원을 돌려받았다. 지난해 5월경에는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소속 위원회의 운영위원으로 위촉돼 박찬대 의원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았다.
박찬대 의원, 감옥 갔던 측근의 배우자도 '비서관 채용'
뉴스타파는 사업가 A 씨로부터 각종 금전 지원을 받았던 김 씨의 아내를 수소문했다. 그리고 박찬대 의원실의 과거 보좌 직원 명단에서 김 씨 아내의 이름을 발견했다. 김 씨 아내는 남편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약 6개월 뒤인 2016년 12월 박찬대 의원실의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됐다.
되짚어 보면, 김 씨 아내는 남편이 구속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A 씨의 운수회사에서 일했고, 2016년 12월 퇴사했다. 그리고 곧바로 박찬대 의원실의 비서관이 됐다. 박찬대 의원이 측근인 김 씨의 아내가 실직하자 도움을 주려 비서관으로 뽑은 게 아닌지 의심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출소해 있던 측근 김 씨는 공무원이 될 수 없었다.
사업가 A 씨는 "내가 김 씨 아내의 비서관 채용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 씨의 박찬대 의원실 재직 기간은 2016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로, 김 씨 아내의 재직 기간(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과 겹친다. A 씨가 김 씨 아내의 채용 과정부터 근무 형태까지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A 씨는 "운수업체 지출이 너무 많아져 김 씨 아내를 (본인 회사 직원으로) 계속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 씨 아내를 (박찬대 의원실) 비서관으로 뽑아달라고 추천했다. 남편 김 씨가 2014년 지방선거에 나가면서 동네 모임에 아내를 많이 소개해 둔 상태였다. 김 씨 아내가 지역(인천)에서 충분히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제적 부담도 줄고 다 좋다고 판단했다. 김 씨 아내가 (박찬대 의원실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많이 토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김 씨의 아내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적인 보좌진 업무는 하기는 어려웠다고도 말했다.
김 씨 아내가 (지병이) 만성이어서 치료만 잘 받으면 꾸준하게 살 수는 있는데 갑자기 악화되기 시작했어요. (박찬대 의원실) 채용 막 그때 왔다갔다 했을 때. (김 씨 아내가) 국회로 나간 건 내가 데리고 구경시켜주려고 몇 번 데리고 간 게 다였을 거예요. 이제 몸이 안 좋으니까 사실...
- 인천 사업가 A 씨 (전 박찬대 의원 보좌관)
뉴스타파와 통화한 전직 박찬대 의원실 직원도 '국회에서 김 씨 아내를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직원은 "김 씨 아내는 인천 지역 업무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몸이 안 좋았다고는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 아내의 재직 시기인 2017년과 2018년 국회의원 5급 비서관의 연봉은 각각 6800여만 원, 7200여만 원(세전, 각종 수당 포함)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만약 박찬대 의원이 측근 김 씨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기 위해 일을 시킬 것도 아니면서 김 씨 아내를 채용했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허위로 직원을 채용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이 지급됐다면 국가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김 씨 아내가 근무를 했는지, 어떤 형태로 일했는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박찬대 의원의 측근 김 씨도 찾았다. 김 씨는 현재(2023년 4월 5일 기준) 박찬대 의원실의 보좌관이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1월 박찬대 의원실의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됐고, 작년 10월 4급 보좌관으로 승진했다. 박찬대 의원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다 감옥에 가고, 이후엔 보좌관 채용을 빌미로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아내도 비서관을 지낸 김 씨가 여전히 박찬대 의원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박찬대 의원 "보좌진 채용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
뉴스타파는 박찬대 의원실에 질의서를 보내 '보좌진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측근인 김 씨에게 금전 지원을 한 대가로 사업가 A 씨를 보좌관으로 뽑은 것은 아닌지, 보좌진 채용을 둘러싼 A 씨와 김 씨 사이의 거래를 박찬대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 김 씨의 아내를 비서관으로 뽑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박찬대 의원실은 서면 답변을 통해 "A 씨를 보좌관으로 뽑을 당시 김 씨에 대한 금전 지원의 정황만 파악하고 있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몰랐다. A 씨는 20대 총선에서 당선에 도움을 준 사람이다. 보좌관 채용과 금전 지원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아내를 비서관으로 채용한 이유에 대해선 "오랫동안 민주당원을 관리하며 쌓은 김 씨 아내의 조직관리 및 네트워크 활동 역량을 감안했다. 김 씨 아내는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지역 행정업무와 외부 일정을 소화하는 등 건강 문제는 없었다. 지병 이야기는 루머일 뿐이다"고 답했다. 또 "보좌진 채용은 모두 법률로 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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