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정확한 지각의 중요성 배우는 기회"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4.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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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다이애나 도이치
청각 착시효과 첫 발견 후
반세기 넘게 연구 지속해
최근 '왜곡하는 뇌' 출간

감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와 타인의 감각기관이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기에 사람들은 같은 자극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자극은 뇌로 이어지며 더 큰 차이를 만든다. 뇌에 축적된 경험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같은 감각도 다르게 해석한다. 이것이 착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이다. 특히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감각이 시각이다. 흔하게 겪는 '착시'는 평면을 입체로 느끼게 하고, 흰색을 파란색으로 보이게도 한다. 미국 신경상관학회는 매년 '올해의 착시 콘테스트'를 열고 새로운 착시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인간이 지각하는 주관적 세계와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물리적 세계 사이의 괴리를 분석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오랜 과제다.

시각만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뇌는 청각이 받아들인 외부 소음을 왜곡한다. 사전 지식의 유무에 따라 익숙한 멜로디가 전혀 생소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람은 착각하는 존재이기에 오랜 기간 사물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기억하는 방법이 연구돼왔습니다. 착각이 잘못된 지각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자 함이었지요. 저는 감각이 무너지는 조건과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이애나 도이치가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실험실에서 착청 테스트를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다이애나 도이치(85)는 이 같은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해 '착청' 현상이라고 이름 지었다. 반세기 넘게 음악심리학을 연구해온 세계적인 권위자인 도이치는 옥타브 착청, 말이 노래로 변하는 착청 등 다양한 착청 현상과 유령어, 귀벌레, 환청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이 소리를 지각하는 방식과 뇌의 미스터리를 연구해왔다. 특히 선천적인 재능으로 알려진 절대음감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성조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크게 주목받은 학자다.

"저는 착청이 뇌가 세상을 재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믿습니다. 착청은 우리가 귀로 들어오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리 자체만이 아니라 지식과 신념, 예측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지요. 뇌는 귀로 들어온 정보를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엮어 재구성합니다. 이것이 착청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도이치는 착시처럼 착청도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는 착청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착청을 연구해 알아낸 결과는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특정한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독서에 집중하려고 할 때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지 않도록 한다면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도이치는 향후 착청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을 보다 정교하게 연구하는 데 몰두할 계획이다.

"최근 청각에 가장 중요하게 관여하는 뇌 영역을 이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청각과 뇌의 연결 과정에 대한 상세하고 정교한 이해는 부족합니다. 반세기 넘도록 제가 이어온 연구가 그것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길 바랍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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