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심리 시작...‘검찰 수사권 축소법’ 위헌 판단할까

검찰 수사권 축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포함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가 개정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헌재는 개정 형사소송법의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조항과 관련해 접수된 12건의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 중 4건을 각하하고, 7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5일 밝혔다. 나머지 1건은 사전 심사를 진행 중이다.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7건의 청구인은 경찰에 사건을 고발한 뒤 불송치 결정을 받은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불송치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 자격을 배제한 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제1항은 평등권·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조항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아동·장애인처럼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고발한 사건, 환경 범죄 등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공익 고발 사건에서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경우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할 길이 사라진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위헌 심판은 지난달 23일 헌재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은 유효하다고 내린 결정과는 별개이다. 당시 헌재는 개정법의 입법 절차가 정당했는지, 이 법이 검찰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했는지만 판단했다.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4명은 소수의견(반대의견)을 통해 고발인 이의신청권 조항이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 인권보호에 배치된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고발 사건들의 적정한 사건 처리 또는 피해자의 인권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위헌 심판에서는 새 재판관들의 판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위헌 결정을 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기존 재판관 중 3명이 교체됐거나 교체 대상이다. 이선애 재판관 후임으로 김형두 재판관이 새로 합류했고, 정정미 재판관 후보자가 이석태 재판관 후임으로 오는 17일 취임한다. 유남석 헌재 소장은 오는 11월 퇴임하는데, 후임으로 중도· 보수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