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 끝난 화이자·바이온텍, 다음 성장 동력은 ‘암 잡는 미사일’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온텍(BioNtech)이 최근 중국의 듀얼리티 바이오로직스로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두 종류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초기 선급금은 2000억 원(1억 7000만달러), 전체 계약금 약 2조원(15억 달러), 상업화 이후 로열티는 별도인 초대형 계약이다.
화이자도 앞서 ADC 최강 기업으로 통하는 미국 바이오벤처 시젠(Seagen)을 56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해 함께 특수를 누린 바이오엔테크가 ADC 투자에 나서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서, 항암 치료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암 잡는 미사일’로 불리는 ADC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이고 암세포에 보내 필요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항체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는 면역 단백질이다. 결국 ADC는 미사일(항체)이 표적(암세포)에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가 탄두(약물)가 터지는 것과 같다. 그만큼 다른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아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치료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ADC를 항암제의 ‘크루즈 미사일’ 기술로 부르는 이유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캐롤린 버토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 분야가 ADC의 원리였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시젠 인수 발표 이후 “황금알이 아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샀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ADC는 포스트 코로나 신성장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화이자가 430억 달러(약 56조 원)를 주고 인수한 시젠이 지난 2011년 개발한 림프종 치료제(애드세트리스)는 규제당국으로 허가를 받은 첫 ADC 항암제로 기록됐다. 화이자는 2030년 연 100억 달러(약 13조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Enhertu)’는 가장 성공한 ADC 항암제로 손꼽힌다. 이 항암제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절반에 달하는 HER2(허투)항원에 반응하는데, 엔허투를 이 유전자의 저발현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엔허투의 연매출은 2028년 77억 4100만달러(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온텍이 듀얼리티 바이오로직스에서 도입한 ADC 후보물질(DB-1301) 역시 HER2를 겨냥하고 있다. 이 후보물질은 임상 2상이 끝나기도 전에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속심사(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듀얼리티 바이로오직스는 독자 플랫폼 기술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현재 고형암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ADC는 국내 제약사와 투자업계에서도 주목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벤처인 피노바이오와 ADC 플랫폼 기술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아이프로젠, 익수다 테라퓨틱스 등 ADC 기술 벤처와도 협력하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이후 약 23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백신과 치료제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이오온텍도 지난해말 현재 현금성 자산이 138억7510만 유로(약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화이자와 바이온텍은 백신 수요 급감에 따른 새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화이자와 바이온텍은 2021년부터 포스트 코로나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해 왔다. 화이자는 지난해 편두통 치료제를 개발한 바이오헤이븐, 혈액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GBT, 항바이러스제 개발 업체인 리바이럴을 인수했다.
바이온텍은 지난달 미국 바이오벤처인 온코C4와 초기 선급금은 2억 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단일항체 항암제 후보물질(ONC-392)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또 제넨텍과 맞춤형 신생항원 특이적 면역요법(iNeST)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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