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자격 없다" 동생 셋 돌보고도 폭언 들은 'K장녀'

권서영 인턴 기자 2023. 4. 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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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가족에 최선 다했는데…" 고민 토로한 20세女

4살 동생을 돌보며 가족과의 갈등이 생겼다는 20세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캡처=네이트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서영 인턴 기자 =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동생을 돌보며 가족과 갈등을 겪게 됐다는 20살 장녀의 고충이 전해졌다.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동생을 대체 얼마나 돌봐줘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을 20살 대학생 장녀라고 소개하며 "나이 차이가 꽤 되는 동생들이 있다. (동생들은) 각각 중학생, 초등학생, 30개월 내외다"라고 운을 뗐다.

A씨는 "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온 작은 사업이 있다. 그때부터 용돈은 안 받은 지 오래고, 인터넷 강의나 문제집 같은 부분도 제가 혼자 벌어 구입했다"며 "부모님의 식사와 동생 밥은 중학생일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했다. 집안일 역시 적어도 동생들과 제 몫까지 해왔다", "제 입장에서 쓴 게 아니라 전부 사실"이라고 밝혔다.

A씨는 "현재 집안에서 갈등이 생기게 된 이유는 30개월 된 막냇동생 때문"이라며 "중학교 막바지일 때 갑작스럽게 늦둥이 동생이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고, 부모님은 맞벌이라 저와 동생들이 많이 맡아서 봐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너무 예쁜 동생"이라고 썼다.

그러나 A씨는 "고등학교로 올라가며 바빠진 탓도 있고, 검정고시에 수능 준비까지 겸했다. 학업과 일이 우선이라고 여겼기에 동생을 충분히 봐주지 못했다"며 "하루에 한 번 배고프다고 할 때 밥을 챙겨주고, 시간 내서 틈틈이 놀아주는 정도로는 봐 주었지만 부모님께서 기대하신 정도로 매일 온 신경을 집중해 몇 시간씩 봐 주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집에 동생을 봐줄 사람이 없을 때는 막냇동생이 유튜브를 보곤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엄마가 많이 화나신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A씨는 엄마로부터 "초등학생인 네 동생도 아기랑 잘 놀아주는데 다 큰 너는 뭐냐", "갓난아기한테 스마트폰은 왜 쥐어 주냐, 미쳤냐", "너는 동생 볼 면목도 누나의 자격도 없다" 등의 말을 들었다.

A씨의 사연에는 4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캡처=네이트판)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엄마가) 지금 중학생, 초등학생인 동생들은 어릴 적 제가 엄마같이 잘 봐줬다고 이야기하시면서 어린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를 계속 비교하신다", "저를 책임감도 가족에 대한 사람도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하신다"며 "막냇동생이 태어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런 소리를 거의 매일 들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솔직히 정말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제 할 일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해왔는데 이젠 한계인 것 같다"며 "요즘 들어서는 제가 그 힘듦을 감당하는 걸 당연시하는 게 애초에 맞는 건지, 왜 이걸로 내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라"고도 토로했다.

아울러 A씨는 "부모님을 욕하려고 쓰는 글이 절대 아니고, 저보다 지혜로운 어른들께 조언을 구하려는 것이 전부다. 가능한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가고 싶다"며 "우리 집 상황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하고, 동생을 키우는 게 누나의 일반적인 책임인지도 궁금하다", "절 욕하려면 욕하시고, 상황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물었다.

A씨의 게시물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14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다수의 네티즌은 A씨가 떠안고 있는 부담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위로를 남겼다. "A씨는 자책할 필요 없다. 집안 환경이 A씨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으니 하루빨리 독립하길 바라겠다", "부모라고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된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고 살아라" 등의 조언이 이어졌다.

네티즌의 관심에 A씨는 "달아주신 댓글들 보며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그는 "저는 제가 제일 소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제 눈앞이 트이는 것 같고 더 확실하게 저의 길을 가고 싶어졌다"며 "막연하게 느껴졌던 독립인데 어떻게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 생각에 확신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192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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