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폭발하는 줄”“2시간 지나 안전문자”···한밤중 정전에 800세대 안절부절
“천둥같은 소리에 눈 앞 번쩍번쩍”
4시간여 복구 작업 끝에 정상화
“창문 밖으로 집채만한 불꽃이 파바박 튀어서 불이라도 나는 줄 알고 티셔츠 차림으로 핸드폰만 들고 뛰쳐나갔어요. 이 동네 전체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서울 은평구 대조동 주민 목미애씨(60)는 5일 오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채 사무실 동료들에게 전날의 정전 현장을 전하고 있었다. 목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집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중 창밖에서 굉음과 함께 불꽃이 튀는 것을 목격했다. 목씨가 사는 단독주택 바로 앞의 전봇대 고압선 두 개가 끊어졌다. ‘팍’ 소리와 함께 전기가 나갔다. 목씨는 “스파크가 세 번 정도 튀었고 끊어진 고압선에선 계속 연기가 났다”며 “누전 위험이 있어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자정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10분쯤 은평구 대조동 일대에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은 인근에 건설 현장이 있어 전선을 보호하려고 씌운 방호관으로 빗물이 들어가 고압선이 끊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고로 대조동 일대 874세대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한전은 이날 오전 1시19분쯤 복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대조동 주민들은 간밤의 정전에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 고압선이 끊어졌던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56)는 “비도 왔는데 천둥같은 소리가 들리고 눈 앞이 번쩍번쩍 거려서 무서웠다”면서 “다친 사람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상인 권모씨(46)는 “고춧가루 건조기를 돌려두고 퇴근했다가 정전이 되는 것을 보고 다시 나와 건조기를 껐다. 정전 때문에 건조기 타이머가 원위치가 됐더라면 고춧가루 150만 원어치를 상품으로 못쓸 뻔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행정당국이 정전 발생을 좀 더 빨리 안내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씨는 “만약 일찍 자서 안내문자를 못 봤으면 가게로 돌아와서 해결을 못 할 뻔했다”면서 “(안내문자가) 9시쯤 왔으면 해결하고 바로 잘 수 있었을 테니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본부는 전날 오후 9시32분 “서대문구 대조동일대 정전되었으니 전기설비를 확인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이어 은평구는 정전 발생 2시간이 지난 오후 11시3분 정전 발생을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정전 안내가 미흡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정전 2시간 후에야 안전안내문자가 왔다” “은평구 정전 1시간째, 아무 안내도 없고 이거 맞나” 등의 후기를 공유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정전 공지가 늦어진 경위에 대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보내기 위함이었다”면서 “정전 신고는 오후 9시15분에 인지했다”고 했다. 또 “현장에 직접 나와 상황실을 꾸려 새벽까지 상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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