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Mnet, 알맹이 없는 사과 더 깊어진 불신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안준영 PD 채용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CJ ENM이 자회사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전 시리즈를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안준영 PD를 채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정작 핵심 사항인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만 키운 꼴이 됐다.
Mnet은 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Mnet 경력직 채용에 실망하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안준영 PD 채용 결정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결정은 사회의 공정에 대한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라며 "Mnet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 그리고 최고의 콘텐츠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묵묵히 업무에 매진해온 임직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안준영 PD는 지난 2021년 11월 출소, 이달 초부터 Mnet 음악사업부에 출근 중이다. 지난 2019년 안준영 PD와 '프로듀스' 시리즈의 총 책임자인 김용범 CP는 한 프로그램 당 400만 건에 달하는 프로그램 문자 투표수 일부를 인위적으로 조작, 탈락한 멤버를 데뷔조에 넣은 혐의를 받았다.
특히 안준영 PD는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40여 차례에 걸쳐 4000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았고 이는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Mnet이 시리즈를 조작한 주범들과 다시 손 잡자 '또 기만을 당한 기분'이라며 분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Mnet은 안준영 PD를 다시 부르기에 앞서 지난해 김용범 CP를 먼저 본사에 출근시켰다. 당시에도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안준영 PD까지 출근을 시작하자 비판의 목소리는 Mnet을 넘어 CJ ENM의 경영 방식에 대한 실망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과문은 안준영 PD 채용에 대한 사과와, 향후 선보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이 주를 이룬다.
Mnet은 사과문에서 “당사는 지난 4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작과 분리된 투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모니터링 강화, ‘시청자위원회’ 운영 등 제작 과정의 투명성도 높였다"라며 앞으로 선보일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채용 기준 관련하여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수용하고 향후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은 조속히 보완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앞으로 선보일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문자 투표를 독려하는 꼴이다. 알맹이가 쏙 빠진 것은 물론, CJ ENM의 오만한 경영 방식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이들은 안준영 PD를 채용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몇 줄의 사과문으로 논란이 잠재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오만이 아닐 수 없다.
Mnet은 조직 내 벌어진 부정부패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피력하는 것 보다, 향후 편성될 오디션 프로그램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더 걱정하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시청자는 여전히 안중에 없는 것이다.
Mnet은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는 언급할 필요 조차 없는 철칙에 불과하다. 정작 이들이 밝혀야 하는 것은 안준영 PD, 김용범 CP의 향후 거취에 대한 문제이고, 경찰 조사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카르텔에 연루된 이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일이다.
'모든 게 조작인' 황당한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Mnet과 CJ ENM은 한 발짝 물러나 책임을 회피했다. 이들은 주범으로 지목된 비리 제작진을 다시 채용하며 시청자들을 또 기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선보일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시스템은 공정할 것이라는 강조는 이들이 여전히 시청자는 안중에 없음을 보여준다. 눈치를 살피느라 부랴부랴 발표한 사과문에서 시청자는 그저 '유료 문자 투표에 필요한 사람들'일 뿐이다.
◆다음은 CJ ENM 공식입장 전문.
엠넷(Mnet) 경력직 채용에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안준영 PD 채용 결정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결정은 사회의 공정에 대한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엠넷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 그리고 최고의 콘텐츠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묵묵히 업무에 매진해온 임직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당사는 지난 4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작과 분리된 투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 모니터링 강화, ‘시청자위원회’ 운영 등 제작 과정의 투명성도 높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채용 기준 관련하여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수용하고 향후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은 조속히 보완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공정과 신뢰회복을 위한 저희의 노력에 앞으로도 애정 어린 격려와 질책 부탁드립니다. 이번 일로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가슴 깊이 반성하며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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