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대우조선해양 M&A…결국 'AESA' 레이더에 달렸다

강신우 2023. 4. 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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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방사청에 의견조회 요청
‘AESA레이더’ 경쟁제한효과 핵심
레이더 기술정보 공유 여부 촉각
방사청 의견 따라 ‘無조건 승인’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김관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000880)와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기업결합 심사 건을 놓고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경쟁제한 효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가 무기 시스템에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에이사 레이더 등 첨단 무기를 탑재할 군함 사업자로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줄 수 있단 우려에서다.

에이사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에서 방위사업청(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관계부처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장비다.

방산 분야에선 수주를 위한 입찰 시 기술평가가 80%가량으로 비중이 높아 무기와 배의 기술적 완결성 등이 낙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입찰공고자에게 기술적 정보를 설명할 때 무기 제조사만 아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경쟁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사진=연합뉴스)
5일 관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4일 이 같은 내용의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지를 방위사업청(방사청)에 물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방사청이 산업통상자원부에도 승인 의견을 전달한 만큼 이번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앞서 승인 의견을 산업부에 전달했으며 공정위 건은 경쟁제한 우려 등 요구 의견이 다양하고 복잡해 현재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정확히 언제 답변을 전달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에이사 레이더에 집중한 것은 향후 함정시장에서 나타날 경쟁제한 우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에이사 레이더는 이미 차기 호위함(FFX) 사업의 1단계 함정들부터 장착하고 있다. 2024년 전력화 예정인 울산급 차기호위함(FFX) 배치3에는 통신체계 등을 내장한 통합마스트(IMAST) 형태로 레이더가 장착될 예정이다. 기존 기계식 레이더 보다 더 멀리 볼 수 있고 더 넓은 범위의 더 작은 표적을 탐지할 수 있다. 군함의 ‘눈’ 역할을 하는 최첨단 장비라는 얘기다.

공정위는 에이사 레이더 등 한화가 방산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시장에서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를테면 공정위는 함정 부품 기술정보가 배를 만드는 경쟁사들에게 차별적으로 제공되면 함정 입찰 시 기술평가·제안서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에서도 뒤처질 수 있단 우려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경쟁사 또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분야 시장 점유율은 현대중공업이 50% 내외로 가장 많고 대우조선(25%), HJ중공업(15%), SK오션플랜트(10%) 순이다.

한화 측은 이 같은 경쟁제한 가능성을 정면 반박한다. 방사청이 무기 등 원가 검증을 직접하고 있어서 독점남용행위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방사청의 주관하에 함정 입찰이 시행되는 등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어 경쟁제한 우려가 없단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의 의미로 경쟁제한 우려에 대한 시정방안을 마련하라고 구두로 요청했지만 한화는 이를 사실상 거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건이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조건부 승인에 무게를 두고 이르면 다음 달 중 전원회의를 열어 처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한화 측과 시정안 협의를 공문이 아닌 구두로 개시한 것은 아직까지 관련법 개정 이전이어서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기업 인수자가 스스로 경쟁제한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면 이를 이행하는 조건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고 지난달 27일 입법예고를 마쳤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전문가는 “이번 기업결합건은 불승인이 나긴 어렵고 조건부와 무(無)조건 승인 여부만 남은 것인데 핵심 키는 방사청이 어떤 답변을 공정위에 전달하느냐에 달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방사청이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면 공정위도 무조건 승인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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