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기록 '취업까지 보존' 제안에 교육계 '낙인·엄벌주의'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서혜림 기자 =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논의 중인 학폭 근절 종합대책이 사실상 '엄벌주의' 강화로 흐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5일 당정협의회에서 학폭 근절을 위해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하도록 하고 취업 때까지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해학생에 대한 학폭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장기적으로 남겨 대입, 나아가 졸업 후 취업때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조치 사항 가운데 1호(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호(피해 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호(학교에서의 봉사)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됐더라도 졸업과 동시에 삭제된다.
4호(사회봉사), 5호(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는 졸업 후 2년간 기록이 보존됐다가 삭제되지만, 심의를 거쳐 졸업과 함께 삭제가 가능하다.
8호(전학)의 경우 예외 없이 졸업 후 2년간 보존됐다가 삭제되고, 9호(퇴학)는 예외적으로 삭제되지 않는다.
이날 당정 논의 내용은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중대한 학폭에 해당하는 8호 전학 조치를 받고도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해자 처벌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낙인 효과, 처벌 강화시 오히려 학내 소송만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교폭력 사안의 학생부 기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과 관련해 "중대한 학폭에 대해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실성과 형평성 등 고려할 문제가 많은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어느 수준부터 '중대한 학폭'으로 볼 것인지 ▲ 학생이 형사범죄를 저지른 경우 소년법에 따라 장래 신상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데 학교폭력을 저지른 경우만 불이익을 주는 것이 맞는지 ▲ 진정으로 반성·사과하고 행동을 바꾼 학생에게도 불이익을 줘야 하는지 등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학폭 대책이 처벌 강화 방안에만 매몰돼서는 안 되며 교원이 교육적·회복적 생활지도에 나설 수 있도록 교권 보호 대책과 학폭 책임교사 지원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정순신 변호사 사안으로 드러난 불공정 문제 해소를 넘어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 보완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총은 대입 반영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교폭력 기록을 반영하는 점을 고려해 대입 정시모집에도 반영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기록된 사안을 더 오래 보관한다거나 정시에 영향에 미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은 "대부분의 교사는 처벌 자체가 아이들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되돌리는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사처벌이나 사법적 판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대책이 없어서 문제는 아니다. 학교가 가진 대책을 (학부모가) 본인의 권한으로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문제"라며 "(학폭위가) 판단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결정에 권위를 실어주거나, 사법적 판단에 의해 권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학생부 기재는 징계에 이어 추가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라 이중처벌 소지가 있다"며 "어느 범위가 적정한 수준인지는 헌법과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므로 제도 효과와 국민 의견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보존기간 확대와 정시 반영은 다른 징계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불복 절차 확대로 이어진다"며 "대입이 인생을 좌우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불복절차 증가는 필연적이므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교육부 대책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국무총리 주재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해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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