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맞이 된 벚꽃축제…기후는 그렇게 우리의 봄을 바꿨다

김동환 2023. 4.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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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빨리 개화한 벚꽃…5일 봄비로 사실상 ‘벚꽃 엔딩’
‘벚꽃축제’ 계획 자치구 등 당황…예정된 일정은 그대로
51년 새 가장 더웠던 지난 3월…일조시간도 평년 치보다 34.6시간 더 길어
전국에 봄비가 내린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이날부터 오는 9일까지 ‘호수벚꽃축제’를 예정했던 서울 송파구는 축제 이름을 ‘호수의 봄축제’로 바꿔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10여일 일찍 개화한 벚꽃이 5일 전국에 내린 비로 사실상 ‘벚꽃 엔딩’을 맞이했다. 이날부터 오는 주말까지 벚꽃축제 등이 예정된 송파구 석촌호수와 영등포구 윤중로 일대 등 벚꽃 명소는 이른바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10분 기준 전국 누적 강수량은 서울 56.7㎜, 춘천 41.8㎜, 대전 25.9㎜, 광주 47.0㎜, 남해 93.0㎜, 부산 24.8㎜, 윗세오름(제주) 343.0㎜, 영실(서귀포) 420.0㎜ 등이다. 기상청은 같은 날 오후 6시까지 경남권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10㎜ 내외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는 6일 오전까지 바람이 초속 20m 이상 부는 곳이 있겠고, 전 해상에서는 물결이 2.0~5.0m로 매우 높게 일겠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않다가 4년 만의 ‘노마스크’ 대면 벚꽃축제 개최에 기대가 부풀었던 자치구들은 이른 벚꽃 엔딩을 아쉬워하면서도 준비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호수벚꽃축제’를 예정했던 서울 송파구는 축제 이름을 ‘호수의 봄축제’로 바꿔 개최하기로 했다. 이른 개화에 내부 논의를 거친 송파구 측은 이같이 축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통화에서 “축제 개막 공연 등 모든 일정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4년 만에 개최되는 축제를 준비해온 영등포구도 뜻밖의 상황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개별 일정 조정이 사실상 어려워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를 열기로 한 영등포구는 이른 낙화에 벚꽃이 없더라도 문화행사 등을 그대로 연다.

계획보다 일정을 앞당겨 벚꽃축제를 여는 강원 춘천시나 이른 개화와 낙화로 ‘벚꽃 엔딩’ 축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행사를 진행하는 제천시 등 수도권 외 지역도 저마다 상황에 맞춰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벚꽃축제를 둘러싼 돌발상황은 우리에게 기후 변화를 몸소 실감하게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은 51년 사이 가장 더운 3월이었고, 고기압의 발달로 저기압이 북쪽과 남쪽으로 지나가 버려 강수량도 적었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3월 평균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종전 3월 평균기온 최고치(2021년 3월 8.7도)보다 0.7도, 평년(1991~2020년) 3월 평균기온(6.1±0.5도)보다 3.3도 높았다. 인도양과 서태평양에서 대류 활동이 활발히 이뤄져 상승기류가 강했고 중앙아시아에서 동아시아까지는 하강기류가 형성돼 폭넓게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맑고 햇볕이 내리쬐며 기온이 매우 높은 상황이 벌어졌다.

대륙 기온의 상승으로 시베리아고기압은 세력이 평년보다 매우 약했고 이동성고기압으로 빠르게 변질했다. 이동성고기압은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우리나라 동쪽 기압능 때문에 세력을 키우면서 동진했는데, 이런 이동성고기압에 자주 영향을 받으면서 맑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 드는 날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일조시간은 237.7시간으로 평년 치보다 34.6시간이나 길어 역대 5위에 올랐고, 기온이 이례적으로 높아 동시다발적인 개화가 이뤄졌다. 부산의 벚나무 개화일은 지난달 19일이었으며, 대전과 청주 등도 같은 달 22일과 23일이었다. 대구는 이보다 이른 21일, 전주는 22일이었다. 서울의 벚나무 개화는 평년보다 14일 빠른 25일이었다.

진달래도 일찍 펴 서울은 평년보다 9일이나 이른 지난달 19일, 개나리는 평년보다 6일 이른 22일에 폈다. 봄꽃은 ‘개나리→진달래→벚꽃’ 순으로 핀다는 것이 예로부터 상식처럼 여겨졌는데 올해는 봄꽃이 거의 동시에 펴 이례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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