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진실버스’ 전국 순회 마친 유족들 “진상 규명 꼭 하겠다”
“전국에 있는 국민들에게 참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알리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4명은 지난달 27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며 전국순회 ‘진실버스’에 올랐다. 진실버스는 서울에서 출발해 광주·부산·제주·대구 등 13개 도시를 거쳐 5일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열흘간 진실버스에 탄 유가족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대구에 머물던 지난 3일 국민동의청원은 달성요건인 5만명 동의를 얻었다.
유가족들은 5일 통화에서 “체력적으로 버거울 때도, 참사 기억을 다시 꺼내며 마음이 아릴 떄도 있었다”고 했다. 이들을 버티게 한 것은 이태원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유가족들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만나 서로를 위로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공간에서는 ‘참사의 기억’을 이 사회에 어떻게 남겨야 하나 고민했다. 고 송채림 아버지 송진영씨는 “5.18 희생자 어머니들을 만나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사회적 참사 혹은 정부 공권력에 의한 피해를 입은 유족들과 만나 서로의 입장에 공감하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유가족끼리의 연대 의식도 커졌다. 고 박가영 어머니 최선미씨는 “참사 이후 웃는 게 어색했다. 자식을 잃고 웃어도 되는 건지 두려웠다”며 “유가족들끼리 서로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저 사람을 통해서 웃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지금은 서로가 굉장히 오래된 식구 같다”고 말했다.
‘다 끝난 일 아니냐’는 질문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지만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정치선동 하지마라’는 노골적 냉대는 드물었다. 최씨는 “처음에 지역에 계신 분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호의적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다행히 지역사회 활동가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도와주셨다”며 “각지에 흩어져 계신 유가족들을 만난 것도 큰 힘이 됐다. 유인물을 나눌 때 시민들의 눈빛도 우호적이어서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 오지민씨 아버지 오일석씨는 “대구 동성로에서 할머니 한 분이 이태원 참사가 뭔지 물어 답해드리니 ‘아이고 슬퍼라’하며 눈물을 흘리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전국의 시민들에게 이태원 참사가 ‘다 끝난 일’이 아니라 진상규명 과제가 남은 참사라는 점을 알린 것은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젊은층의 관심이 저조한 것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국민동의청원이 달성된 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했다. 특별법 제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송진영씨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며 “국회가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했다.
진실버스에 오르지 않은 유가족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시민과 소통했다. 고 유연주 언니 유정씨와 최보성씨 누나 최연화씨는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청년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유씨는 “참사 150일이 지난 지금도 2차 가해에 노출돼 있지만 시청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잡아주는 손, 밥 잘 챙겨먹으라는 말 한마디 덕분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최씨는 “인터넷에 ‘유가족들이 돈을 원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며 “왜곡된 정보가 퍼지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참사에 관한 생각들을 물어보고,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간담회 참석자 이지원씨(29)는 “말없이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연대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참가했다”면서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진상규명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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