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가리지 않아” 유엔 여성 직원 출근길 막아선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부가 머리카락을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엔 소속 여성 직원들의 출근길을 막아 논란이 되고 있다. 여학생의 대학 입학시험 응시를 금지하는 등 여성 억압 정책을 펼치는 탈레반이 유엔 근무 여성에게까지 훼방을 놓자 유엔은 아프간에서의 각종 지원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州) 유엔 사무실에서 탈레반 당국이 여성 직원들의 입장을 가로막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아프간 재건 등에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아프간에 파견된 유엔 직원들이 탈레반 정부로부터 현지인 여성을 근무에서 배제하라는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근무 금지 조처가 현재는 낭가르하르 지역에서만 내려졌지만,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항의 차원에서 약 3300명에 이르는 아프간 현지 유엔 직원 전체에게 5일과 6일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아프간은 금요일과 토요일을 주말로 보내는 만큼 사실상 오는 9일까지 업무가 중단되는 셈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 근무는 아프간 여성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취업 수단이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는 “여성들이 머리를 제대로 가리지 않아 출근 중단 조처를 내렸다”며 시정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아프간 여성 동료들의 업무가 금지된 사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 조처가 시정되지 않으면 필요한 이들에게 구호를 제공하는 우리의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탈레반을 비판했다.
앞서 세계식량기구는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 가량인 2000만명이 식량안보의 위기 수준에 놓여 있으며, 약 600만명은 기아 상태에서 겨우 한발짝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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