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령 받고 제주서 이적단체 조직” 3명 기소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제주에서 이적단체를 결성, 반정부 활동 등을 벌여왔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진보당 제주도당 전·현직 간부와 농민단체 간부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제주지검 형사 제2부(부장검사 오기찬)는 박현우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이적단체 구성, 간첩, 편의제공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오늘(5일) 밝혔습니다.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강은주 진보당 전 제주도당 위원장은 암 투병 중인 상황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검찰은 덧붙였습니다.
■ "캄보디아에서 공작원들 만나 이적단체 결성…북 지령문 13회 수신"
공소 사실을 보면, 이들은 5년 넘게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으로부터 반정부·반미 투쟁 등 지령을 받아 활동하고, 국가 기밀과 국내 정세 등을 수집해 보고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제주 이적단체 총책으로 지목된 강 씨는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접선,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과 장비를 수수하고 귀국했습니다. 이후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 등을 하달받아 지난해 고 씨, 박 씨와 함께 제주 이적단체 'ㅎㄱㅎ'를 결성했습니다.
또, 외국 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일명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13차례 수신하고 같은 방식으로 14차례 보고서를 발송하는 한편, 국내 정세와 좌파단체 동향 등을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고 받은 지령문과 보고문에는 제주 이적단체 이름을 'ㅎㄱㅎ'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방첩당국은 이들이 보안을 위한 약정 음어(陰語, Code)로, 초성을 활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제주 이적단체 구성 공모…농민·노동 하위조직 결성해 반정부 활동 선동"
제주 이적단체 농민 부문 책임자인 고 씨도 강 씨, 박 씨와 공모해 지난해 8월,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침 등에 따라 제주 이적단체 'ㅎㄱㅎ'를 구성하고, 올해 2월 농민 부문 하위조직 결성을 결의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북한 지령에 따라 '전국민중대회', '한미 국방장관회담 규탄 기자회견' 등 반정부 활동을 선동하고, 북한 대북보고에 반영할 '농 부문 보고서'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습니다.
제주 이적단체 노동 부문 책임자인 박 씨 역시 강 씨, 고 씨와 공모해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침 등에 따라 제주 이적단체 'ㅎㄱㅎ'를 구성하고, 지난해 9월 노동 부문 하위조직인 '한길회'를 결성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이 정한 모임 명칭 '한길회'는 '조국통일의 한길을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사이, 북한 지령에 따라 '전국노동자대회', '제주촛불문화제' 등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동하고, 총책 강 씨에게 북한 대북보고에 반영할 '노동 부문 보고서' 등을 제공한 혐의도 받습니다.
■ "정부 비판 활동한 건 맞지만, 지령받아 한 것 아니야" 혐의 부인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기존에 강 씨 등이 캄보디아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공작원 1명 외에도, 추가로 2명의 북한 공작원과 더 접선한 사실이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범행은 국가정보원이 2017년 8월부터 5년 넘게 내사한 끝에 적발됐습니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이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올해 2월엔 고 씨와 박 씨를 체포해 구속 수사한 뒤, 지난달 8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번 공소 유지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직접 담당할 계획입니다.
한편 이번 사건 당사자들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보당 제주도당 관계자는 오늘(5일) KBS와의 통화에서 "앞서 입장을 밝힌 바와 같이 (정부 비판과 반미 시위 등) 활동한 것은 맞으나, 북한의 지령을 받아서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변호인과 함께 대책위원회 차원에서 향후 대응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검찰 기소와 관련해서도 조만간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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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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