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페이퍼스 7년, 그들은 지금 어디에?

ICIJ 국제협업 취재팀 2023. 4. 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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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10년 전인 2013년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함께 처음으로 조세도피처 국제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7년 전인 2016년 4월에는 국제협업의 새 기원을 연 ‘파나마페이퍼스’에도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습니다. 두 프로젝트를 통해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노태우의 장남 노재헌의 조세도피처 유령회사 설립 등을 폭로했죠.

ICIJ는 ‘오프쇼어 리크스’ 프로젝트 10년, ‘파나마페이퍼스’ 프로젝트 7주년을 맞아 여러 편의 특집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2편을 번역해 ICIJ와 공동으로 게재합니다.

① 파나마페이퍼스 7년, 그들은 지금 어디에?

② '조세도피 추적 10년' ICIJ 대표 "비리가 있는 한 탐사보도 계속"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는 뉴스타파와 같은 비영리 독립 탐사보도기관입니다. ICIJ의 조세정의 실현 노력 등에 동참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ICIJ 후원(https://www.icij.org/donate/panama-papers-2023)

7년 전(2016년 4월 4일,한국시간) 전 세계 100여개 매체, 370여 명의 기자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파나마페이퍼스’ 취재 결과를 동시에 발표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 보도는 파나마의 로펌인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수백만 건의 문서를 바탕으로 취재했다.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기자들이 처음 입수해 ICIJ와 공유한 이 문서에는 전세계 140명의 정치인 및 수많은 저명 인사, 기업 소유주의 세세한 금융 비밀이 담겨 있었고, 이들이 어떻게 역외 조세도피처에 기반한 비밀스러운 지하경제를 통해 돈을 옮겼는지를 들춰냈다. 

파나마페이퍼스 보도 7주년을 맞아, 이 사건 핵심 인물들의 현재와 파나마페이퍼스 보도가 남긴 유산을 정리했다. 

‘모색’과 ‘폰세카’

악명 높은 파나마 로펌이자, 자료가 유출된 곳인 모색 폰세카는 ICIJ와 국제협업팀의 보도가 나온 뒤 국제 사회의 압박과 소송에 시달리다 2년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ICIJ 회원인 솔 로리아 파즈 기자에 따르면, 이 법률회사의 공동 설립자인 라몬 폰세카와 위르겐 모색은 여전히 파나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아 파즈 기자는 “모색이 조용히 지내는 반면, 폰세카는 트위터에 하루에도 몇 번씩 글을 올리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종종 파나마페이퍼스와 코로나 19에 대한 음모론을 선전하는 글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은 2022년 파나마 돈세탁 사건에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모색 폰세카가 브라질의 불법 자금을 숨기려고 한 것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파나마페이퍼스 관련 두 번째 사건에서 ‘공공 경제 질서에 반하는 범죄’로 기소된 수십 명의 피고인에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의 심리는 2023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독일 검찰의 수사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파나마 헌법은 이들이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되는 걸 막고 있다.

모색과 폰세카가 소송을 당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이들은 2019년 파나마페이퍼스 보도에 영감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The Laundromat(더 시크릿 세탁소)’의 공개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영화에서 자신들의 배역으로 나온 게리 올드만과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연기 묘사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지만 패소했다. 

▲ 위르겐 모색과 라몬 폰세카 (이미지:ICIJ 합성) 

아이슬란드 총리 귄뢰이그손

파나마페이퍼스 보도와 관련해 가장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은 아이슬란드에서 나왔다. 당시 이 나라 총리 시그민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은 자산 은닉에 사용하는 역외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파나마페이퍼스 보도로 드러나 사임했다. 이틀 간의 대중 시위 끝에 귄뢰이그손은 물러났고 시귀르뒤르 잉기 요한손 총리가 뒤를 이었다. 

2017년 귄뢰이그손은 보수 성향의 정당을 만들면서 정치적으로 재기했고, 아이슬란드 의회에서 정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귄뢰이그손은 다른 당료들과 함께 장애 여성을 포함한 여성 동료들을 성적으로 비하한 녹취록이 유출되면서 두 번째 스캔들인 ‘클라우스터 사건’에 휘말렸다. 그는 이 스캔들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총리 나와즈 샤리프 

파나마페이퍼스 보도 당시 파키스탄 총리였던 나와즈 샤리프는 보도 이후 서서히 정치적 몰락을 맞았다. 이 보도로 샤리프 일가의 역외 자산이 드러나면서 광범위한 시위가 벌여졌고, 샤리프 총리 재산에 대한 공식 수사가 시작됐다. 

결국 샤리프는 실각했고, 10년의 징역형과 1,06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으며 평생 공직을 맡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의료 보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다가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못해 런던에서 자진 망명 중이다. 그가 런던의 명품 매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최근 목격됐다. 

ICIJ 회원인 우마르 치마 ‘더뉴스’ 기자는 샤리프 전 총리가 당 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곧 귀국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치마 기자는 “샤리프의 정당은 그가 없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그래서 그들은 샤리프가 돌아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의 친구들

파나마페이퍼스 탐사보도로 드러난 가장 복잡한 연결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들이 보유한 계좌를 둘러싼 방대한 부의 네트워크이다. 이 돈의 실소유주는 푸틴일 것으로 추정된다. 

파나마페이퍼스 보도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여러 명을 들춰냈다. 푸틴 대통령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도 그 중 한 명이다. 유출 문서에 따르면 롤두긴은 은행과 유령 회사를 통해 2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움직인 네트워크의 주요 인물이다.

올해 초 스위스 검찰은 수백만 달러의 자금 이동을 돕고, 계좌 실소유자 문제에 대해 경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은행 임원 4명을 기소했다. 지난 주 이 임원들은 유죄 판결을 받고 수십만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받았다.

롤두긴과 파나마페이퍼스에 등장하는 푸틴 대통령의 몇몇 측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이 2016년 함께한 사진 (이미지: Mikhail Svetlov/Getty Images)

제보자: ‘존 도(John Doe)’

2.6테라바이트의 모색폰세타 문건을 언론에 유출한 익명의 제보자 ‘존 도’는 파나마페이퍼스 보도가 나오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변의 두려움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제가 죽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밝힌 이상 저는 이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그는 지난해 독일 뉴스 매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존 도’가 파나마페이퍼스 보도 이후 언론과 한 첫 인터뷰였다. 

이 유출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수백 건의 조사가 시작됐다. 또 파라다이스페이퍼스판도라페이퍼스 등 추가 문건들이 공개되며 관련 조사가 이뤄졌고, 역외 조세도피처와 관련해 더 많은 사실이 드러났다. 

"후속으로 비슷한 규모의 언론 협업이 이어진 것 또한 큰 성취입니다"라고 ‘존 도’가 말했다. "그러나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로펌 한 곳의 내부 정보를 유출함으로써 전 세계의 부패를 멈추거나 인간 본성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나서야 합니다."

조세도피처 개혁 움직임

파나마페이퍼스 보도가 일으킨 파장은 전 세계의 조세도피처와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지난 7년 동안 큰 진전을 거뒀다. 

경제학자이자 조세정의네트워크 알렉스 코브햄 사무총장은 "더 큰 규모의 다른 문건 유출도 있지만 ICIJ의 파나마페이퍼스 보도가 이런 움직임의 핵심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비밀스런 금융과 그것이 조장하는 세금 탈세 문제에 대해 이렇게 강력한 공개적 시위는 전례가 없었습니다. 파나마페이퍼스 보도는 개별 국가 뿐 아니라 국제 차원의 정책 재정비 과정에 큰 동력을 제공했습니다."

파나마페이퍼스 보도 이후 파나마 정부는 로펌이 반드시 회사의 실소유자를 파악하고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또 파나마 세무당국에게 외국인의 세금 정보를 그들의 출신 국가와 공유하게 했다.

파나마페이퍼스 데이터를 기준으로 역외 회사가 가장 많이 설립된 곳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역외 서비스 제공업체가 회사의 실소유주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2017년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해당 정보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 소유권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고 재무부가 노력했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 주춤하는 추세다.

그동안 중요한 변화와 요란한 선언이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 법원은 최근 룩셈부르크의 공공등기소가 기업 소유주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기업 소유주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에서 기업 소유권 등기제도가 이전으로 돌아갔다.

조세정의네트워크 코브햄 사무총장은 공정한 국제 조세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의 노력을 잠재적 개혁의 긍정적 조짐이라고 꼽으면서도 이런 노력이 저항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코브햄 사무총장은 "조세도피처 악용을 조장하는 세력의 반발이 거세다"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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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ICIJ 국제협업 취재팀 icij@icij.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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