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동일 주식 갚아줘야 하나… NH·메리츠 등 4개 증권사, 공익재단 최종심 앞두고 긴장
코스피 상장사 DI동일의 최대주주인 정헌재단의 직원 횡령 사건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단 직원이 재단이 보유한 DI동일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불법 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최종심 판결이 2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 사건에 연루된 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유안타증권·상상인증권은 담보로 받은 DI동일 주식을 돌려줘야 한다. 이 경우 1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 심사하면서도 증권사들이 절차 이행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헌재단이 증권사 4곳(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유안타증권·상상인증권)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상고심이 지난 1월 20일 접수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20년 3월 정헌재단이 가진 DI동일 주식 7929주가 이틀에 걸쳐 반대매매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러났다. 정헌재단이 보유한 DI동일 주식 수의 약 3%에 해당하는 수량으로, 주당 평균 5만2096원에 총 4억1300만원 규모다.
정헌재단의 소속 직원 1명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재단 소유의 DI동일 주식 25만5975주를 담보로 총 124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DI동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담보 비율이 하락하자 증권사들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한 것이다. 주식 담보 대출의 경우 증권사는 주식평가 금액의 일정 비율까지를 대출해주고, 만약 대출 상환 전 주가가 하락한다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반대매매를 시행한다.
반대매매 과정에서 직원의 횡령을 알게 된 정헌재단은 2020년 5월, 증권사 4곳을 상대로 즉각 해당 대출 계약을 무효로 해야한다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나섰다. 공익법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의사회와 주무관청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증권사가 관련 서류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담보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1심은 정헌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출계약이 무효라고 봤다. 이에 증권사에게 담보로 잡은 DI동일 주식을 재단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내부 회계가 부실했던 책임을 물어 재단에도 증권사에 31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이에 재단과 증권사는 모두 항소했다. 재단은 증권사에 대한 배상금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고, 증권사는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재판부 판결에 불복했다. 항소 1년 만인 지난해 12월 8일,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증권사에 대출 담보로 잡은 주식을 모두 재단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단이 증권사에 물어야 하는 배상액은 26억7177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2심 판결이 1년 만에 나온 만큼 지난 1월 접수된 상고심 결과는 올해 상반기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새로 밝혀지는 사실이 없다면, 앞선 판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오며 증권사들이 DI동일 주식을 재단에 돌려줘야 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DI동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4개 증권사에 잡힌 DI동일 주식 담보는 총 238만460주다. 지난해 3월 DI동일이 유통주식 수를 늘리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1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하면서 담보 주식 수도 함께 늘어났다.
만약 증권사가 최종 패소하고 재단 측에 주식을 모두 돌려주게 될 경우, 해당 판결이 DI동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통될 주식이 아닌, 지배주주인 재단 측에 귀속되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사는 반대매매로 처분한 물량을 장내에서 다시 사들여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증권사들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건에 연루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진행 중인 건이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성실히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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