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수제맥주 … 장인정신으로 살릴것
'4캔 1만원' 저가맥주 범람에
수제맥주 열풍 2년만에 시들
전국 170개 양조장서 만든
개성있는 맥주맛 널리 알릴것
2년 전 주류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던 수제맥주가 위기에 몰렸다. 인기가 높아지자 골뱅이, 구두약 업체 등과 협업한 파격적인 '컬래버 맥주'가 쏟아졌지만 외관만 번지르르할 뿐 맛으로는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내지 못한 영향이다. 특별할 게 없는 수제맥주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는 와인과 위스키로 눈을 돌렸고, 청량감 강한 주류 수요마저 하이볼에 빼앗기고 있다.
지난달 초 신임 수제맥주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인기 비어바나 대표는 소비자가 수제맥주를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제맥주가 아니라 인공 향미를 첨가해 '4캔 1만원'에 단가를 맞출 수 있는 저가형 수제맥주가 범람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수제맥주는 손으로 만든 맥주라는 뜻이다. 수제맥주협회는 수제맥주로 분류하는 기준으로 '소규모' '독립성' '지역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어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든, 대형 공장에서 생산되든 뭉뚱그려 수제맥주로 불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류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겨 인공 향신료 등을 첨가해 대량 생산된 수제맥주가 수제맥주의 얼굴로 알려졌고, 제대로 된 수제맥주 소비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편의점 책임론을 제기했다. "수제맥주 양조장은 과일 풍미를 낼 때 실제 과즙을 넣는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요구하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원재료를 이것저것 빼기 시작했고 합성 감미료를 넣기 시작했다. 인공 향미를 넣은 수제맥주는 두 번 먹을 맛이 아니다.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으니 수제맥주 시장 성장이 가로막혔고, 다른 소규모 양조장들의 맥주까지 '맛없는 수제맥주'로 폄하됐다. 이후 수제맥주 인기가 떨어지자 편의점들이 작년 말부터 발주를 중단했다."
이 회장은 느리더라도 지속가능한 수제맥주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협회 주도로 시음 행사를 자주 열어 수제맥주의 개성을 소비자가 체험케 하고, 전국의 170개가 넘는 소규모 양조장으로 발길이 이어지는 순환을 일으킨다는 목표다. 이 회장은 "수제맥주 원료는 크게 물, 맥아, 홉, 효모 4가지인데 홉 종류만 300가지가 넘고 이걸 어떻게 블렌딩하느냐에 따라 또 맛이 달라진다. 몰트 역시 훈연향을 입혀 소시지맛이 나는 몰트, 커피콩처럼 볶은 몰트 등 무궁무진한 방식이 가능하다. 여기에 어떤 풍미를 첨가하는지, 몇 년을 숙성하는지에 따라 또 다르게 할 수 있다"며 "개성 넘치는 수제맥주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회장은 "미국 수제맥주 최대 협회인 미국양조자협회(Brewers Association·BA)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운영되는 수제맥주 양조자와 맥주를 인증하는 공식 로고를 만들어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인증하고 있다. 한국 수제맥주 시장에 맞는 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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