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두 번은 못 찍겠더라” 킬러 엄마로 돌아온 ‘길복순’ 전도연

영화 ‘길복순’ 주인공 전도연 인터뷰
넷플릭스 비영어권 전세계 1위
촬영마다 크고 작은 부상에
등 근육 위한 식단관리까지
“배우로서 계속 소모되고파”

“액션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웃음). 이걸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영화배우 전도연이 또 한번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전설의 암살자이자 자식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변신을 끝낸 그에게 쏟아지는 반응도 뜨겁다. 지난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3월 마지막 주 기준 글로벌 시청시간 1961만 시간을 기록하며 전세계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길복순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고 털어놨다. “감독님한테 말했더니 ‘선배님이 그렇다’는 말을 들었어요. 맞는 얘기더라고요”

그는 “저뿐만 아니라 다들 누구와 어떤 자리에 있는지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느냐”며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영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에서 가장 실력 좋은 킬러와 엄마 사이를 오가는 길복순을 그렸다. 전도연의 오랜 팬이었던 변성현 감독이 그를 집중 탐구해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작품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음에도 주인공 길복순과 배우 전도연이 서로를 무척이나 닮았다.

“감독님이 여러 번 집에 놀러 와 저와 딸의 대화 등 엄마 전도연으로서 모습도 많이 지켜봤어요. 일할 때에는 저리 당당한 사람이 항상 작품에 들어가면 왜 이렇게 희생당하는 역만 할까 싶었나봐요. 이번 영화에선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죠.”

영화에서 그는 총, 칼, 젓가락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무기로 삼는 살벌한 킬러다. 액션 연기를 위해 등 근육을 만들고 식단을 조절하며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다. 화려한 미장센과 긴 호흡의 격투신으로 꼽히는 상가 액션은 촬영하는 데만 한달 가까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잘한 부상은 너무 많았어요. 촬영만 들어가면 배우들끼리 서로 ‘죄송하다’ ‘진짜 괜찮다’를 되뇌는 연속이었죠.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두려운 일이라 최대한 배려하면서 임했던 것 같아요.”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물어보자 “찍고 나서 보니 다 잘 나온 것 같다”면서도 “저도 감독님도 다시는 이런 액션영화는 못 찍겠다는 말을 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드라마 ‘일타스캔들’의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에 이어 영화 ‘길복순’의 고강도 액션까지 마친 배우의 목표는 앞으로도 있는 힘껏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길복순’도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찾은 영화거든요. 배우로서 계속 소모 당하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