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령 받고 이적단체 조직? 제주 진보 인사 '재판행'

제주CBS 고상현 기자 2023. 4. 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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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가보안법 위반 3명 기소
"북한 지령 받고 지하조직 'ㅎㄱㅎ' 결성"
"암호프로그램 통해 수시로 북과 통신"
"전국민중대회 등 반정부 활동 전개" 혐의
시민단체 "사문화된 악법 앞세운 만행"
국가정보원에 강제로 연행되는 박현우 위원장. 진보당 제주도당 제공


북한 대남 공작원으로부터 이적단체를 설립하라는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제주지역 진보정당 전‧현직 간부와 농민단체 간부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공안탄압'이라는 시민단체 반발을 의식한 듯 검찰은 이례적으로 14장에 달하는 보도 자료를 통해 기소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검찰 "북한 지령에 따라 지하조직 설립"

 
제주지방검찰청 형사2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된 강은주(53) 진보당 전 제주도당위원장과 구속된 박현우(48) 진보당 도당위원장, 고창건(53)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강 전 위원장의 경우 암 투병 중이라 건강 상태를 고려해 불구속 재판에 넘겨졌다.

강 전 위원장은 지난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소속 공작원 3명을 만나 이적단체 설립과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한 혐의다. 당시 강 전 위원장은 공작원으로부터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 장비를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후 강 전 위원장은 박현우 도당위원장과 고창건 사무총장과 공모해 제주에서 이적단체 'ㅎㄱㅎ'을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전달받았으며 노동과 농민, 여성 등 부문 조직 결성이 이뤄졌다고 검찰 공소사실에 적혀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수시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들과 외국 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지령과 보고서를 주고받았다. 또 암호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라피'로 암호화한 문서를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리는 방식으로 통신하기도 했다.

강은주 전 위원장 자택 압수수색 모습. 고상현 기자


검찰은 "이들은 지령에 따라 진보당 도당 당원 현황을 보고하거나 '전국민중대회'와 '한미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동했다. 또 북한 대남공작전략에 이익이 되는 민주노총 투쟁 일정, 이적단체 후원회 명단, 진보단체 동향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통진당' 출신들 이적활동하다 검거된 첫 사례"

 
검찰은 이들 단체가 북한 지령에 따라 비밀리에 조직적으로 간첩 활동했다고 밝혔다. 지령문과 보고문에는 이적단체를 'ㅎㄱㅎ'으로 지칭하고 있고, 보안을 위해 초성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를 가졌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북한 문화교류국을 상부로 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총책-지도부-부문 조직' 등 지휘통솔체계를 가졌다는 것. 강 전 위원장을 총책으로 하고 각각 노동 책임자, 농민 책임자, 조직 성원 등 10여 명이 구성됐다고 보고 있다.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락을 취할 때도 '음어(암호방식을 이용한 용어)'를 사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가령 '총회장님'은 김정은, '연구원'은 북 문화교류국으로 지칭했다.

검찰은 또 이들 이적단체가 성장 가능성 있는 지역정당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를 포섭해 그 영향력을 활용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진보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당과 노동, 농민단체에 진출해 해당 단체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려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제주지방검찰청. 고상현 기자


검찰은 "이번 사건은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세력들이 북한에 포섭돼 이적단체를 결성해 활동하다가 검거된 최초 사례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주요 직책을 수행하다 진보당 도당 중심으로 지하 혁명조직을 재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부터 '보수후보 공약검증 등 낙선운동'을 벌이거나 두 달 뒤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대통령 탄핵 투쟁을 지시하는 등 여론 분열을 일으켰다. 정권교체를 전후해 일관되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꾀하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방첩 당국과 검찰, 경찰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에 대해 도내 32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는 공안탄압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대책위는 "국가보안법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판 중인데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연이어 압수수색한 것은 조직사건을 조작하려는 의도로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추구해야 할 때 사문화된 악법을 앞세워 저질러진 만행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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