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맨’ 홍준표 돌아왔다…與지도부 때리며 존재감 과시

홍준표, 김재원 이어 당 지도부 직격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 부각

홍준표 대구시장이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앙정치에서 물러나 지역으로 하방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김기현 지도부’ 때리기에 나섰다. 잇단 설화로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과 김기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쓴소리한 것이다. 당의 원로로서, 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은 연일 여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김 최고위원의 연이은 말실수로 당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따끔하게 충고한 것이다.

홍 시장은 전날(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 4·3은 다른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추모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김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그는 “제주 4·3은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추모일이라서 대통령이 참석 안 해도 된다? 그러면 서해수호의 날은 추모일 아니었나?”라며 “서문시장 100주년 행사도 국경일이 아니다. 그냥 미국 방문 준비차 총리가 대독했다고 하면 될 것을 쉴드를 쳐도 사리에 맞게 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발 좀 언론 방송 출연 정지라도 시켜라”라며 “실언한 지 며칠 지났다고 또 방송에 나와 떠들게 하고 있는가”라며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홍 시장은 지난 3일에도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통일했다”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짚고 넘어갔다. 특히 그는 ‘지방행정에나 집중하라’는 김기현 대표를 향해서도 쓴소리했다.

그는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오히려 니는 지방 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라며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 고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며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홍 시장의 쓴소리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됐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 12일 전 목사가 주관하는 주일 예배에 참석해 5·18정신을 헌법에 수록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질책한 것이다.

홍 시장의 비판은 김 최고위원 개인에서부터 당 지도부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당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는데 지도부는 실책만 할 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홍 시장의 쓴소리는 중앙 정치권에 꾸준히 관여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당의 상임고문이자 원로로서 당에 거침없이 직언을 쏟아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홍 시장의 쓴소리는 꾸준히 있어왔고, 특히 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행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묵직함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