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한 러시아 연방경호국 요원 “푸틴, 현실 감각 왜곡…또래들보다 건강”
신변 안전 위해 극도로 폐쇄적 생활
비행기보다 특수 장갑 열차 선호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상으로부터 차단돼 왜곡된 현실 감각을 갖고 있으며 일부 서방 언론의 보도와 달리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모스코우타임스와 AP통신에 따르면 전직 러시아 연방경호국(FSO) 통신담당 엔지니어 글레브 카라쿨로프는 영국 런던 소재 비영리 단체 도시에 센터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도시에 센터는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 출신으로 대표적인 반 푸틴 인사인 미하일 호도로프스키가 러시아 권력층의 범죄행위를 추적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카라쿨로프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3년 동안 푸틴 대통령을 180차례 이상 수행하며 통신보안을 책임졌다. 그는 지난해 10월14일 푸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수행하던 중 아내와 딸을 데리고 튀르키예로 탈출했다.
카라쿨로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탈출한 정보기관 요원 중 최고위직이라고 도시에 센터는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카라쿨로프를 국가 배반 혐의로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도시에 센터는 지난해 12월 녹화한 인터뷰 영상 중 일부를 이날 공개하면서 그와 그의 가족은 튀르키예를 떠나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외국 방문시에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영방송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카라쿨로프는 푸틴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극도의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서는 사전에 2주 동안 격리를 거쳐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신변의 안전을 위해 극도로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쿨로프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목숨에 병적으로 집착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차단막을 사용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켰고 현실 감각이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카라쿨로프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부인했다. 그는 올해 71세인 푸틴 대통령이 동년배들보다 건강하다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방문 계획을 취소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카라쿨로프는 푸틴 대통령이 여러 곳에 책상부터 벽에 거는 장식품까지 동일한 사무실을 갖고 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카라쿨로프는 몇 년 전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 별장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영상이 TV에 생중계 됐을 때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는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소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비행기와 자동차 행렬을 준비해 소치를 떠나지 않았는데도 떠난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고 그는 말했다.
카라쿨로프는 푸틴 대통령은 추적이 가능한 비행기보다 특수 장갑 열차를 선호하며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기차를 주기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카라쿨로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발과 자신도 우크라이나에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개적으로 발언할 용기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대통령은 전쟁 범죄자가 됐다”면서 “이제 이 전쟁을 끝내고 침묵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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