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외국銀 예대율 규제 개선해 기업대출 12조 이상 늘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에 적용되는 원화예대율 규제를 개선해 기업대출 공급여력을 12조원 이상 늘린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중은행과의 경쟁 촉진으로 기업의 대출금리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었다고 5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 개선방안,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세부방안,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설명의무 합리화 방안이 논의됐다.

우선 금융위는 그간 8개 외은지점이 건의해 온 원화예대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원화대출금이 2조원 이상인 은행(외은지점 포함)은 원화예대율을 100%로 유지해야 하는데 규제가 적용되는 대출금 규모를 4조원 이상으로 높인다. 이에 따라 홍콩상하이은행(HSBC), 엠유에프지은행(MUFG) 등의 국내지점은 원화예대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또 본지점 차입금 중에서 장기차입금 전체와 장기차입금의 50%를 한도로 한 단기차입금의 일부를 원화예수금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은지점들은 원화예대율 규제상 원화예수금 규모가 커져 대출 여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개선으로 외은지점들의 기업대출 공급여력이 12조2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대출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들의 대출 선택권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외은지점과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으로 기업의 대출금리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은지점 35곳의 전체 원화대출 35조8000억원 가운데 기업대출의 비중은 99.7%를 차지할 만큼 이들은 기업대출을 주력으로 취급하고 있다.

금융위는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에 관한 은행업감독규정을 올해 2분기 중에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 개선으로 은행권에서 기업대출에 대한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외은지점의 애로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통해 지속적으로 규제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세부방안도 논의됐다. 금융위는 플랫폼이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면서 기존 모집채널과 조화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 취급상품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알고리즘 검증, 정보보호 강화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보완방안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금융위는 이달부터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통한 보험상품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설명의무 합리화 방안도 논의됐다. 상품설명서에 여전히 어려운 법률·전문 용어가 많고, 소비자의 설명 내용 이해보다는 서명을 받는데 중점을 둔 설명 방식이 만연함에 따라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과 계약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소비자 친화적인 상품설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개선 사항을 검토한다. 우선 근시안적 의사결정과 같은 금융소비자의 행동편향, 정보수용능력 등을 고려해 상품 설명내용, 설명방식, 사후관리 체계 자체를 점검한다. 특히, 카드나 자동차보험처럼 대다수 소비자가 이용하는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품설명서 모범사례를 만들고, 그 효과를 분석하며 추후 타 업권과 상품으로 확대 여부를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에서도 판매업자들이 설명 의무이행을 다하게끔 지난해 8월 마련한 '온라인 설명의무 가이드라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설명의무 합리화 방안은 연구용역, 소비자 설문조사를 거쳐 연내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