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K발레로 세계로 날아오를 것"(종합)

장병호 2023. 4. 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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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5일 재임명 발표…국립예술단체 사상 최초
한국 발레의 산 역사, 2014년부터 예술행정 길 걸어
"리더는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 발레단 위해 힘내"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작품 공연권 확보 추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발레단이 K발레로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세계로 날아오르겠습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립발레단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수진(56)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국립예술단체 수장 중 처음으로 ‘4연임’에 성공했다. 강 단장은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N스튜디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엔 정말 어깨가 무겁다”며 “9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앞으로의 임기 동안에도 발레단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강 단장은 한국 발레의 산 역사다. 1986년 19세 나이로 독일 슈튜트가르트 발레단에 최연소로 입단해 화제가 됐고, 1999년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동양인 최초로 받았다. 독일 슈튜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강 단장은 2014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예술가에서 예술행정가로 길을 걸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강 단장의 재임명을 발표했다. “국립발레단을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키워내고 K발레의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것이 문체부가 밝힌 강 단장의 재임명 배경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오전 강 단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K발레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K컬처의 글로벌 매력과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앞장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2014년 국립발레단 단장 취임 당시 “원석을 갈고 닦아 보석 같은 무용수들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강 단장은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이제 테크닉 등에서 세계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연임 비결 또한 국립발레단 단원과 직원들의 힘으로 돌렸다. 강 단장은 “리더는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저는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라며 “국립발레단 전 직원과 단원들이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돼 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강 단장은 “저는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하고 무엇이든 항상 물어보는 편”이라며 “제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단원, 직원들에게 물어보고 생각을 들으며 결정을 해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보균(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강 단장은 지난 9년의 재임 기간 국립발레단 정기 공연 관객 수를 11%, 객석점유율을 4.5% 더 끌어올리며 발레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단원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창작·재안무한 ‘허난설헌-수월경화’(강효형 안무), ‘해적’(송정빈 재안무) 등은 세계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는 K발레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강 단장이 발레리나로 30년 동안 구축해온 인적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이어리 킬리안, 우베 숄츠, 윌리엄 포사이드 등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와 세계 발레의 정수를 국내 관객에 선보여 왔다.

강 단장은 이날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국내 안무가 발굴을 통한 국립발레단만의 레퍼토리 확보 △국내 관객을 위한 세계 발레의 최정점 공연권 확보를 위한 발판 마련 △전 국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발레교육 프로젝트의 꾸준한 진행 등이다.

이 중에서 강 단장은 “좋은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 일환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안무가로 손꼽히는 존 노이마이어(84)의 공연권 확보에 나선다. 무용수에게 영감을 받아야만 배역을 맡길 수 있다는 까다로운 조건에 따라 노이마이어 안무가가 오는 8월 직접 한국을 찾아 국립발레단 단원들을 만나보고 작품을 협의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에도 나선다. 단원 송정빈이 재안무한 발레 ‘해적’을 오는 5월부터 2025년까지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 발레 본고장인 유럽과 북미 지역 7개국에서 투어를 진행한다. 국립발레단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공익사업(꿈나무 교실, 찾아가는 발레이야기, 찾아가는 발레교실)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강 단장은 “국립예술단체 최초 네 번째 연임인 만큼 문화예술계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것을 알고 있다”며 “국립발레단 고유의 색깔을 바탕으로 단원들의 창의력과 예술혼이 발현되도록 해, 해외 선진 발레단과 어깨를 겨누는 데 손색이 없는 발레단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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