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기대했는데 하루 만에 그치니 아쉽네요”…남부 ‘단비’, 가뭄 해갈엔 역부족
“밭작물엔 도움, 제한급수 해제엔 부족”
광주·전남 상수원 주암댐 저수율 20%
“섬에 안개만 잔뜩 끼었습니다. 사나흘 계속 내렸으면 좋겠는데 하루 만에 그치니 아쉬움이 큽니다.”
325일째 ‘1일 급수 6일 단수’가 이어지고 있는 전남 완도군 넙도 이영신 이장(63)은 5일 오후 “어제 저녁 비가 시작 될 때는 반갑고 마음도 좀 편했는데 벌써 하늘이 걷히니 야속하다”고 했다. 이 이장은 “마늘 등 밭작물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제한급수를 해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완도에는 이날 낮 12시 기준 지역에 따라 60∼10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완도읍 68.5㎜, 보길도 88㎜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넙도에는 80㎜ 정도 내렸다. 완도에서는 지난해부터 제한급수로 섬 주민 1만3356명이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완도군은 비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상균 완도군 상수도팀장은 “수원지 몇 곳을 둘러봤는데 계곡에서 저수지로 물이 흘러드는 것을 봤다. 충분치는 않지만 다행”이라면서 “오늘 만큼은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73년 이후 50년 만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남부 지역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이번 비는 광주와 전남, 전북 지역 땅을 적실 정도로 내리면서 농작물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식수난’을 걱정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와 전남지역 상수원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을 보면 광주광역시와 전남지역 10개 시·군의 식수원인 주암댐으로 빗물이 흘러드는 유역에는 6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주암댐 저수율은 20.3%(예년 대비 48%)로 1991년 담수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이날 낮 12시 기준 보성 복내면 강수량은 64.5㎜, 순천 송광면은 65.6㎜를 기록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섬진강유역본부는 “비가 왔다고 곧바로 수위 변 화가 관측되는 것은 아니다. 댐으로 700만t의 물이 유입돼야 저수율이 1% 올라간다”면서 “당초 예보보다 강수량이 적어 아쉽다. 저수율이 오르긴 하겠지만 1주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143만명의 광주광역시가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동복댐 유역 강수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댐 유역인 화순 북부에는 이날 낮 12시 기준 45.5㎜의 비가 내렸다. 이날 기준 18.28%인 동복호 저수율이 평년 수준인 40∼50%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광주시는 오는 6월까지 200㎜ 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1993년 이후 30년 만에 제한급수를 우려하고 있다.
평균 25.4㎜ 단비로 건조특보가 모두 해제된 전북의 들녘에서는 농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익산에서 수박과 상추를 재배하는 김구태씨(59)는 “해갈에 흡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닐하우스 밭고랑에 물이 고이고 있다”라며 “조금만 더 내려주면 농사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장수의 사과재배 농민 류기행씨(60)는 “이번에 내린 비는 약비”라고 기쁨을 표시했다. 류씨는 “가뭄으로 생육이 멈춘 상태에서 정상화를 위해 수분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비가 와 줬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나나 “다섯 배 정도 아픈 것 같다”···타투 제거 시술 공개
- 유승민 “역시 ‘상남자’···사과·쇄신 기대했는데 ‘자기 여자’ 비호 바빴다”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 한국의 ‘4B’ 운동이 뭐기에···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관심 급증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서울대 외벽 탄 ‘장발장’···그는 12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조훈현·이창호도 나섰지만···‘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 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