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반장의 정치네컷] `좌수진, 우재원`…곤혹스러운 김기현

김미경 2023. 4. 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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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기 전 제주 4·3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공교롭게 최근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이 김기현 대표의 오른쪽, 조수진 최고위원이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교롭게 최근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이 김기현 대표의 오른쪽, 조수진 최고위원이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민주당 소속 신정훈·이원택 의원과 농민단체 대표들이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A컷

연이은 설화 주인공 '좌수진, 우재원'…곤혹스러운 김기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이은 설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 119' 위원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은 5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한 뒤 여당 차원에서 농가를 지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조 최고위원은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특위)가 논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 최고위원은 특히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밥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느냐"며 "그런 것들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최고위원이 '손에 잡히는 해결방안'이라고 부연하기는 했지만 바로 비판 여론에 맞닥뜨렸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갈수록 태산"이라고 꼬집었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먹방으로 정치할 거면 그냥 쯔양(먹방 유튜버)이 당대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빈정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당 지도부가 신중하기를 바란다. 진지해지기를 바란다"고 일침했다.

조 최고위원은 여파가 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생119 첫 회의에서 예산, 법제화 없이 실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개진됐다. 농번기를 앞두고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점검해보자는 아이디어라든가, 밥 한 공기 먹기 캠페인, 쌀빵 쌀케이크 같은 가루쌀 제품 현장 찾기 등을 통해 쌀 소비를 촉진해보자는 아이디어 등이 나왔다"며 "민생119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 최고위원에 앞서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잇단 설화로 공개활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더 이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에 선출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김 최고위원은 당일 KBS 라디오에서 4·3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 것을 두고 야당의 공격이 이어지자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기념식) 정도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며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대는 자세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4·3 추념일을 두고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비하했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고, 같은 달 25일에는 미국에서 '전광훈이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 최고위원 논란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김 최고위원 발언에 매우 큰 유감의 뜻을 전했다"며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채찍을 들었다. 김 대표는 이어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다짐이 무색하게 단 하루 만에 조 최고위원의 설화가 터지면서 곤란한 처지가 됐다.

김 대표는 5일 조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에 대해 논의했다.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데 대해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나"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본인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 최고위원을 두둔했다.

◇A컷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1호 '양곡관리법'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공포를 거부했다. 거대야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통령 최후의 방어수단인 재의요구권으로 맞붙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공포안을 부결하고, 재의요구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해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호이자 역대 정부의 67번째 거부권 행사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법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며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윤 대통령은 "법안 처리 이후 40개의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 관계 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서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며 재의요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B컷

삭발도 했지만 폐기수순 밟는 양곡관리법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쌀 값 폭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고 퍼부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거부권은 대통령 마음대로 힘자랑이나 하라는 제도가 아니다. 농민의 생존권조차 볼모로 잡고 대통령 거부권마저 정치적 수단화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에 깊이 분노한다"고 분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자 '삭발 투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쌀값 정상화법(양곡관리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신정훈, 이원택 의원과 농민 4명 등 총 6명이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공포를 촉구하며 삭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윤 대통령이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윤 정부에 단호히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결을 추진하는 한편,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생각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재의결된다. 민주당이 169석, 국민의힘이 115명이라 국민의힘 단독으로 법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김미경·김세희·임재섭·한기호·권준영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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