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나무 심는 날’도 다른 이유는?
오늘은 식목일(植木日), '나무 심는 날'입니다.
북한에도 나무를 심는 날이 있습니다.
의미는 같지만 다른 한자를 써서 식수절(植樹節)이라고 부릅니다.
■"악독한 일제 수탈 복구하자"…식수절 '산림복구전투'의 시작
북한의 식수절은 원래 4월 6일이었습니다.
1947년 4월 6일 김일성 주석이 평양시 문수봉에 나무를 심은 것을 기념한 것입니다.
당시 김 주석은 각종 나무로 아름다웠던 문수봉이 일제의 침략으로 벌거숭이산이 되었다며 개탄하고 몸소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식수절 나무 심기를 '산림복구전투'로 명명하고, 김 주석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사업으로 추진했습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해방 후 황페화된 조국의 산과 들을 푸른 숲으로 전변시키려는 원대한 구상을 안으시고 주체36(1947)년 4월 6일 평양경제전문학교 운동장에서 성대한 식수기념식을 마련해주시고 시민들과 함께 문수봉에 오르시였다. 문수봉에 오르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원래 이 산은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문수봉이라고 불리웠는데 일제놈들에 의하여 자기의 옛 모습을 잃고 보기 흉한 벌거숭이산으로 되여버렸다고 하시면서 조림사업을 잘하여 일제 식민지 통치가 남겨놓은 이 후과를 하루빨리 가셔야 한다고 교시하시였다. (조선사회과학자협회 홈페이지 발췌)
■ 문수봉 다음은 모란봉…3월로 앞당겨진 식수절
1971년부터 1998년까지 이어진 '4월 6일 식수절'은 1999년부터 '3월 2일'로 바뀝니다.
1946년 3월 2일엔 김 주석이 부인, 아들과 함께 모란봉에 올랐다고 합니다.
김 주석은 모란봉이 일제의 수탈로 제 모습을 잃었다며 탄식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날 모란봉을 돌아보시며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상처입은 모란봉의 신음소리를 들으시는 듯 옛날에는 모란봉에 좋은 수종의 나무가 많았는데 일제가 우리 나라를 강점한 후 모란봉에서 나무를 망탕 찍어내여 지금은 아카시아나무 같은 가시나무들밖에 없다고 가슴아픈 심정으로 이야기하시였다.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발췌)
문수봉에서 모란봉으로 바뀌었을 뿐, 김 주석 일화의 줄거리와 교훈을 그대로입니다.
기후 변화로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야 할 필요가 생기자, 비슷한 일화로 정통성을 다시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해 바뀐 식수절…'일제 수탈' 대신 '미제침략자' 비난
올해부터 식수절은 다시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10월 26일 노동신문은 식수절을 3월 14일로 변경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신문은 "주체41(1952)년 3월 14일은 위대한 수령 동지께서 미제의 야수적인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을 전군중적운동으로 복구할데 대한 교시를 주신 역사의 날"이라며 '미제'(미국 제국주의)의 악독함을 부각했습니다.
지난달 14일 노동신문에 실린 김 주석 일화에도 '미제'에 대한 비난이 수차례 등장합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식수절까지 미제에 대한 반발심을 고취시키고 체제 결속을 위한 방도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3월 14일 노동신문 2면 <못잊을 71년전의 3월 14일> 중
"전쟁 전에 전군중적운동으로 산림을 많이 조성하여놓았는데 전쟁 시기에 미제의 야수적 폭격에 의하여 수많은 산들이 불탔습니다."
"일부 농민들이 산의 나무를 찍은 일을 두고 못내 안타까워하시면서 미제의 폭격에 의하여 수많은 산림이 불탄 것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인데 그래서야 되겠는가 하고 준절히 말씀하신 위대한 수령님."
"위대한 수령님의 현명한 령도에 의해 조국의 산과 들은 해방 후 5년간 자기의 푸른 빛을 점차 되찾고 있었다. 그런데 미제침략자들이 도발한 전쟁으로 조국의 산들은 또다시 황폐화 되고 있었다."
북한에도 우리처럼 '나무 심는 날'이 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나무를 심는 행위에까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김수연 기자 (sykb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치즈 있어요?”…편의점 절도범이 선보인 ‘혼신의 연기’
- [단독] 검찰,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김우동 조광ILI 대표 구속
- 분당 정자동서 교각 보행로 붕괴…1명 사망·1명 중상
- 제주공항 결항·지연 속출…바닷길도 차질
- ‘밥 한 공기 다 먹기’가 양곡법 대안? 이준석 “갈수록 태산”
- 산불 끄다 ‘남직원’ 마음에 불지른 대전시
- 김새론, 벌금 2천만 원…“생활고 호소 내가 안 했다”
- 경찰, 마약 음료 시음행사 40대녀 검거
- 21년 만에 나온 총…‘백 경사 피살사건’ 범인 잡히나?
- [특파원 리포트] 중국, 3개월 넘게 ‘이 자리’ 비워뒀다…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