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작곡가 3명이 작곡한 교가가 10여개 학교에 남아있어”…충남교육청, 일제 잔재 청산 ‘속도’

강정의 기자 2023. 4. 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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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지난달 1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친일파 작사·작곡 교가 5곡 개정 등 완료
김지철 교육감 “역사 왜곡하는 태도 규탄”

충남교육청이 지역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친일행위 경력자가 작사·작곡한 교가 5곡을 개정하고, 일제잔재 기념비(상징물) 15개에 대한 교체를 마쳤다고 5일 밝혔다.

충남교육청은 20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학교 내 일제잔재 청산 사업을 통해 공개 장소에 걸린 일본인 교장 사진을 철거하고, 친일행위 경력자 작사·작곡 교가를 개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를 새긴 휘장)를 교체하고, 친일 행적 인물의 공적비와 일본식 충혼비 형태의 기념비에 대한 안내문 설치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충남교육청은 일본인 교장 사진 철거와 일본의 향나무 교체, 교표 변경 작업은 모두 마친 상태다. 대표적으로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 논산 양촌초의 교표는 지역의 특산물인 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모두 개정하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2019년 이전 충남 공주·금산·당진·부여·서천·천안·태안·홍성 등 8개 시·군에 있는 25개의 학교가 사용하고 있는 교가는 대표적인 친일 작곡가로 알려진 김동진·김성태·이흥렬 등 3명이 작곡한 곡이다. 충남교육청은 이중 5곡의 교가 개정을 마쳤다. 한 학교는 폐교됐다.

교육당국이 친일파가 작곡한 교가를 개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교가를 개정하는 것에 대해 일부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단체에서 교가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며 “무리하게 교가를 개정하는 것보다는 이들을 설득해나가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충남교육청은 올해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학교 관리자와 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관련 연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내에서는 일제잔재 청산 수업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관련 동아리 활동을 활용해 학교생활 규정이나 학교 문화에 남아있는 일제잔재 등을 청산하는 문화 개선 운동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교육청 전경. 충남교육청 제공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최근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기술하고 징병의 강제성을 약화시킨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수정·보완본을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함양시켜줘야 할 시기였음에도 과거 제국주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역사를 왜곡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규탄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923년 발생한 관동 대지진 당시 자국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자행했던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교육청은 일제잔재 청산 작업을 통해 역사 정의를 확립할 것”이라며 “학교 내 일제잔재 청산 사업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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