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갑! 믿고 쓰는 SK 180cm대 가드진

김종수 2023. 4.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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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처럼 꾸준한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 상당수 지도자들이 팀의 플랜에 대해 언급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서울 SK는 한때 안되는 팀의 대명사처럼 불렸다. 창단하고 얼마되지않아 첫우승을 차지한 것도 잠시, 쟁쟁한 스타들을 불러모아도 성적은 나오지않았고 전력에 비해 떨어지는 경기력으로 인해 ‘모래알 군단이다’는 혹평에 시달린 바 있다.


하지만 문경은 전 감독이 취임한 이후 확 달라졌다. 무조건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쓸어담던 예전과 달리 확실한 팀 색깔과 밸런스에 신경쓰기 시작했고 현재는 그 어떤 팀보다도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고있는 팀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 '영미' 안영준(27‧194.1cm)이 군 입대로 빠졌고 '스네이크' 최준용(28‧200.2cm)마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며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막판까지 2위 싸움을 벌였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시즌처럼 강력한 베스트5를 앞세워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지는 못했지만 간판스타 '플래쉬 썬' 김선형(34‧187cm)과 득점 기계 '잠실 원희' 자밀 워니(29‧199cm)를 중심으로한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가 돋보였다. 김선형은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만큼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끊임없이 상대 수비진을 찢어냈고 워니 또한 경기가 거듭될수록 폭발력에 더해 꾸준함까지 갖춰가는 모습이었다.


최근 몇시즌 동안 부상으로 고생하던 '버팔로' 최부경(33‧200cm)이 한결 나아진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선 부분도 호재였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 눈에 띄인 부분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가드라인이었다. SK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강력한 포워드라인이다. 앞서 언급한 안영준, 최준용을 비롯 '허텐' 허일영(37‧195cm)에 김형빈(22‧200.5cm), 송창용(36‧192cm)까지 슈팅력과 공수밸런스를 겸비한 장신 포워드가 풍부하다.


거기에 더해 4, 5번을 넘나드는 최부경은 토종 빅맨으로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자원이다. 어떤 유형의 팀을 만나도 SK가 높이나 밸런스 대결에서 밀리지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최근에는 김선형을 중심으로한 가드진 역시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가며 포워드라인 부럽지않은 위력을 자랑하는 모습이다.


보통 ‘안되는 팀’의 전형적인 풍경중 하나는 필요 이상으로 단신 가드를 끌어모으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한다는 부분이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당장 볼 핸들링이 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가드에 집착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중복, 비효율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특히 낮아지는 신장에서 오는 수비력 문제는 팀 디펜스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일쑤다.


물론 기본은 경기력이다. 팀 전체의 절반 이상이 단신가드라고해도 수비에서 문제가 없고 다양한 활용도가 가능하면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상당수 팀의 경우에는 이른바 고만고만한 기량의 가드들로 로스터를 채우고 그런 과정에서 3가드 시스템 등 무리한 자충수가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발도 딱히 빠르지않고 에너지레벨까지 낮은 선수가 많아지게되면 팀 밸런스는 걷잡을 수 없이 깨져버리고 만다.


SK는 다르다. 김선형을 필두로 최원혁(30‧183cm), 최성원(27‧184cm), 오재현(23‧187cm) 등으로 구성된 180cm대 가드진은 분명 사이즈적인 측면에서는 대단할 것이 없다. 하지만 SK는 그 어떤 팀 가드진도 부럽지않다. 김선형을 제외하고는 이름값적인 측면에서는 별반 대단해보이지않지만 하나같이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지라 쓰임새적인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팬들이 자신의 응원팀에 단신가드가 많아지면 불안해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취약해지는 수비력 부분이 크다. 그런 점에서 SK는 걱정할 것이 없다. 최원혁, 최성원, 오재현은 수비에서부터 장점을 가져가는 리그 최고의 디펜더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기본적으로 수비에서부터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최원혁은 송도중고 출신으로 한양대 시절부터 스몰볼을 추구하던 팀컬러에서 수비수로서의 역량을 잘 발휘한 선수다. 블루워커 스타일로 득점보다는 안정적인 리딩과 수비 등 궂은 일에 특화되어 있다. 특히 에이스 스토퍼로서의 역량이 뛰어난데 신장은 크지않지만 힘이 좋고 발이 빨라 자신보다 큰 선수를 상대로도 몸을 비벼가며 수비를 펼친다. 때문에 같은 1번 포지션은 물론 최대 3번까지도 커버가 가능하다. 찰거머리같이 자신의 마크맨을 따라다니면서도 순간적인 도움수비나 트랩에도 능해 전천후로 활용이 가능한 수비수다.


최성원은 최원혁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높은 에너지 레벨과 수비 센스를 앞세워 타이트하게 매치업 상대를 압박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파워적인 면에서는 최원혁만큼 강하지는 않다. 최성원이 힘이 없는게 아닌 최원혁이 탈 가드급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대신 최성원은 동포지션의 가드를 상대로는 모자람 없는 압박수비를 자랑하며 거기에 더해 공격적인 부분에서 최원혁보다 낫다. 준수한 볼핸들링과 패싱센스 거기에 더해 외곽슛 능력도 갖추고있어 보조리딩과 슛이 되는 백업가드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오재현은 장신가드까지는 아니지만 180cm 후반대이며 윙스팬 또한 198cm에 이르는지라 사이즈적인 측면에서 크게 모자람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팀내 선배 최원혁, 최성원이 그렇듯 빠른 발과 활동량을 앞세워 코트에 나와있는 내내 자신이 맡은 상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질식수비의 달인이다.


장신 포워드급이 아니면 사이즈에서도 크게 밀리지않아 상대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어지간한 포워드까지도 락다운이 가능하고 개인수비, 팀수비에서 모두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있어 '오명호(신명호+오재현)'라고 불리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신명호의 고질적 약점인 3점슛까지도 닮아서 외곽수비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는 곧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공격에 장점이 거의 없던 신명호와 달리 풀업점퍼나 돌파능력에 상당한 재능을 보이기도 하거니와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7득점을 폭발시키며 워니에 이어 팀내에서 2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5개의 3점슛을 시도해 3개를 적중시키며(성공률 60%) 상대 수비진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보여준 모습만 놓고보면 오재현은 슛찬스에서 가만히 놓아둘 수 없는 선수가 됐다.


1차전 당시에도 3인의 가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성원은 팀내 최다인 36분 48초를 소화했으며 오재현은 26분 31초, 최원혁은 7분 14초동안 코트를 밟았다. 이들로 인해 SK는 경기내내 수비력과 에너지레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2차전에서도 이들 가드진의 활약이 이어질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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