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하나...유가 급등이 변수

류난영 기자 2023. 4. 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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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채권시장은 금리인하에 베팅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도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음 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 시 되고 있다. 다만, 산유국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등 올해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고 있는 데다 그동안의 고강도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감소한 551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무역수지도 4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무역수지가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하반기에도 1%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당초 예상처럼 '상저하고'(上低下高)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 등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인 2% 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1.6%), 한국은행(1.6%), 한국개발연구원(KDI·1.8%), 국회 예산정책처(1.5%) 등으로 보고 있다. 해외 주요 기관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아시아개발은행(ADB·1.5%) 등이다.

반면,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을 포함한(새마을 금고 제외)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 PF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그동안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해 왔던 원·달러 환율은 1300~1310원 수준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보다 0.7원 내린 1315.8원에 거래를 마쳤다.

물가가 상당폭 둔화되기는 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추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석유류가격 하락폭이 크게 확대 되면서 4.2%로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반면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4.0%로 전월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난해 말 이후의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로 한은과의 금리차가 1.5%포인트 벌어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2시 10분 기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57.9%로, 0.25%포인트 인상을 42.1%로 반영하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이로인해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최근 산유국의 추가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 다시 들썩이고 있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국내 통화정책 결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3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는 연말까지 일일 160만 배럴 규모의 대규모 자발적 감산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등했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에 상승폭은 둔화되고 있다. 미 동부시가능로 5일 오전 1시 8분 현재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0.96% 상승한 85.36 달러선에서 거래중이다. 시장에서는 감산 조치가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유가가 100 달러를 넘어설 경우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다.

금통위원 대다수는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은 국내외 경제 여건의 전개상황을 점검해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 위원은 "주요국의 추가적 긴축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확고히 해 나가야 한다"며 "향후 물가상승률의 하향 안정세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3.279%에 마감하는 등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전망에 국채 금리는 3년물 기준으로 지난달 13일 이후 17거래일 연속 기준금리를 밑돌고 바 있다.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것은 시장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 총재가 매파적 메세지를 내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약화된만큼 한은의 추가 인상 부담도 낮아진 데다 경기 둔화와 대외 금융 불안을 고려할 때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며 "다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고려할 때 물가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한 만큼 만장일치보다는 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이 1명 정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OPEC+의 감산은 유가 급등 요인인 아니겠지만 상반기 까지 인플레에 대한 경계감을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매파적 성향을 유지하는 금통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한 후 금리인상 기조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여 한은 역시 다음 주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연말로 갈수록 국내 건설경기나 소비가 악화될 수 있어 앞으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올해 4분기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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